준공업지역에 호텔, 상수원보호구역 상류에 풀 빌라, 완충 녹지 없애고 들어선 롯데시네마...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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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8   |  발행일 2022-01-19 제3면   |  수정 2022-01-19 08:50
古都 경주는 지금 불법건물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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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암곡동에 공사 중인 풀빌라 전경.

정부가 농·어업인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민박인 ‘펜션(Pension)’을 도입한 후 펜션은 1999년부터 경주 등 유명 관광지에 대거 등장했다. 이 농가형 민박인 펜션이 풀펜션·풀빌라로 변신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경주 등 국내 유명 관광지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특히 MZ세대 관광 트렌드가 가족·연인·동료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한 곳에 모여 생활하는 형태다보니 펜션·풀펜션·풀빌라가 호황이다. 실제로 경주지역에서 풀빌라 하루 숙박료가 평일 40만~50만 원, 주말 80만~100만 원이나 된다.


이러다 보니 법을 위반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펜션·풀펜션·풀빌라를 짓기 위한 건축 허가 서류가 쌓이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관광 1번지 고도(古都) 경주에서는 법을 위반한 건물이 잇따라 신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상수도 보호구역에 풀빌라가,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못 둑에 풀빌라와 교육 연수시설을 가장한 풀빌라를 지어지고 있는 것이. 준공업지역에 관광호텔 사업 승인이 나고, 특정업체를 위해 사업계획 승인 조건을 완화해 주었다는 특혜 의혹도 일고 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경주시 공무원들이 제대로 건축 인허가 사항을 살펴보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법을 위반하고, 건설업자에게 암묵적인 특혜를 제공하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사법당국은 구경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풀빌라 수영장 물이 경주시민 식수로
경주시 암곡동 1337-15번지 등 7필지 9천471㎡(공익용 산지)에 김모 씨 등 11명이 단독주택 21동(2층)으로 풀빌라를 짓고 있다. 지난 14일 암곡동의 21동 풀빌라는 건설이 완료돼 청소 등 마지막 작업이 분주하다. 인근에는 추가로 11동의 풀빌라가 들어설 예정이다.


관광농원으로 개발된 이곳은 상수도 보호 구역과 불과 5m 거리로 전직 경주시 간부 공무원이 건축 허가를 받아 11명에게 분양했다. 보존 녹지·보전산지·공익용 산지 등을 헐값에 매입해 단독주택 터로 쪼개 건축 허가로 내고 풀빌라 등으로 분양해 수백 배의 수익을 올리는 수법이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오수는 펌프질해 상수도 보호구역 밖으로 보낼 계획이지만 풀 등에서 사용한 물은 고스란히 덕동댐으로 흘러 경주시민이 식수로 사용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사회 안전망이 무너지고 있는 것.


주민 박모(62)씨는 "상수도 보호구역 상류에 어떻게 대규모로 풀빌라 건축 허가가 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우리 동네는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카추 하나 달려고 해도 어렵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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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황성동에 건립된 ‘롯데시네마’ 건물.

◆롯데시네마 건물 앞 완충녹지 어디로
경주시 황성동 800-23번지 등 7필지 9천338㎡에 4천12㎡(지하 1·지상 7층) 규모로 롯데시네마가 들어섰다. 이 건물을 신축하면서 건축주가 불법으로 강변로의 완충 녹지를 없애고 진입로와 주차장으로 조성했다. 앞으로 강변로에 들어서는 모든 건축물이 완충 녹지를 없애고 신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변로에 용지가 있는 지주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땅값도 크게 오르고 개발이 비교적 쉬운 탓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2019년 7월 롯데시네마 건축 협의 때 완충 녹지로 1천350㎡에 잔디를 심을 것을 지시했는데, 건물이 완공된 후 완충녹지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주민들은 "롯데시네마를 지으면서 완충 녹지를 없애 앞으로 이 강변로에 들어서는 건물이 모두 완충 녹지를 조성하지 않을 예정으로 결국 녹지가 감소해 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황금대교(2금장교) 위치가 황성동 롯데시네마와 연결되는 것에 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황금대교는 대규모 아파트 건립으로 주거밀집지역인 현곡면 주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 건립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애초 황금대교는 황성동~현곡면 금장리로 결정했으나, 롯데시네마 앞쪽인 용황로 교차점~형산로로 바뀌면서 해당 주민들이 통행 불편이 예상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곡면 주민들이 황금대교를 이용할 경우 우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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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천북면 소리지 인근에 건립된 '교육 연수시설'.

◆못 둑 교육연구시설, 실제는 풀빌라
농사용으로 물을 가둔 못 둑에 풀빌라와 교육 연구시설(연수원)이 지어져 주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강동면 왕신리 891-7번지 왕신못 둑(보전관리지역)에 지어진 다가구주택이 ‘루쓰풀’이라는 숙박시설로 둔갑해 영업하고 있다. 루쓰풀은 426㎡에 연면적 262㎡로 3개 동이 지하 1 지상 2층으로 신축됐다. 강동면 지역 주민은 “어떻게 못 둑에 다가구주택 건축 허가가 나고 풀빌라 영업을 하고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가족들이 이용하는 풀빌라가 못 둑에 있어 안전에도 큰 문제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천북면 성지리 516-12 등 4필지 소리지 둑 4천603㎡에도 연면적 4천393㎡에 지하 2 지상 3층 2개 동 규모로 풀빌라로 신축되고 있다. 건축주가 생산관리·농림지역 등에 교육연구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아 풀빌라를 짓고 있다. 교육 연구시설이 풀빌라로 둔갑한 것.


한국농어촌공사 경주지사 관계자는 “저수지 둑은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면서 “시로부터 건축 허가 협의 때 오수가 저수지에 유입되지 않는 조건으로 협의를 했고, 해당 건물이 준공돼 영업할 때 오수가 저수지에 유입되는지 살피겠다”며 원론적인 설명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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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감포읍에 지어진 '엘라포시니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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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황성동 준공업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호텔'.
◆시, 준공업지역에 관광숙박업 허가
준공업지역에 관광호텔이 들어서고,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애끓는 주민 민원에도 감포읍 바닷가에 대형 숙박시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준공업지역인 경주시 황성동 1067-4 등 2필지 6천307㎡에 연면적 2만1천495㎡(지하 1·지상 16층) 규모로 1·2종 그린 생활, 업무시설이 신축되고 있다. 특히 시는 지난해 1월 이 건물에 객실 116실(지상 1·지상 11~16층)을 관광숙박업(호텔)으로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준공업지역에 호텔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경주시가 허가한 것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축주의 관광 숙박업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379번지 등 4필지 4천446㎡ 에 연면적 4천571㎡(지하 1·지상 3층) 규모로 호텔인 ‘엘라포시니 경주’가 영업하고 있다. 엘라포시니 경주가 건립될 때 대본리 주민들은 조망권 침해를 이유로 신축을 반대했으나 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뭉개고 호텔 건축을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는 지난해 4월, 20실 이하의 호스텔업 사업계획 승인 조건을 대지가 도로에 연접하는 거리를 8m에서 4m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으로 고시 공고했다. 특정 건설업자가 호스텔을 짓기 위한 부지가 도로 연접한 거리가 4m인 까닭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호스텔의 도로 연접 거리가 4m일 경우 비상사태 때 119구급차와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워 인명과 재산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지만 이 같은 사실은 무시됐다.


글·사진=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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