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대사직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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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9   |  발행일 2022-01-19 제27면   |  수정 2022-01-19 07:13

코로나19가 만든 신조어 중에서 대사직(Great Resignation)이 가장 눈에 띈다. 대사직은 일자리가 없는 무직이나 은퇴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직장을 바꾸는 이직이 활발하다는 뜻으로 일종의 일자리 재편이다. 지난해 5월 대규모 근로자 이탈을 예견한 앤서니 클로츠 텍사스 A&M대학 경영대학원 교수가 만든 새로운 경제 용어다.

미국 노동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한 달간 노동시장의 자발적 사직자는 사상 최고치인 452만7천명이라고 발표했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유명 금융 기업에 근무하던 직장인이 사표를 내고 인터넷 금융사로 옮기거나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의 자발적 사직자는 87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85만6천명)에 비해 17.7% 늘었다. 대전환(Big Shift)으로도 통하는 대사직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업과 소매업 노동자 중심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조치로 식당과 마트에서 일자리를 잃은 저임금 노동자가 배달이나 물류업으로 직장을 바꾼 뒤 봉쇄 조치가 풀려도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현상이다. 여기에는 대민 접촉으로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서비스업이 아닌 비교적 안전한 직종을 선택하려는 불안한 심리가 작용했다.

비대면 사회에서 재택근무 또는 떠오르는 유망 업종을 경험한 직장인이 자신에게 맞는 근무 형태를 찾는 것도 한몫했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사무직 근로자도 디지털 전환이 가능한 유망직종으로 잇따라 자리를 옮겼다. 은행과 증권사에서 인터넷 은행으로 대규모 직장을 옮긴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나라 기업이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 중에 하나다.

선진국 중심으로 시작된 대사직이 국내에서는 유행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다.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기업을 떠나려는 필요 인재를 반드시 붙잡아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외 경제에 치명타가 될 대사직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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