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고 영업 이익률...'코로나 활황' 골프장, 고객은 뒷전 배불리기만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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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18 19:45  |  수정 2022-01-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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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즐기는 시민.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영남일보 DB

골프 애호가 A씨는 지난 20여 년 동안 경북 경산의 한 골프장에서 연간 단체팀 이용권을 구매해 '2부(오전 11시~오후 1시 30분)' 시간대에 예약을 해왔다. 하지만, 작년 11월 해당 골프장으로부터 올핸 연간 단체팀 등록을 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골프 업계가 어려웠던 시절 연간 단체팀 이용권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코로나 19로 국내 골프 업계가 활황이고, 예약 전쟁인 건 알지만, 이렇게 일방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은 단체팀 신청 불가 통보를 받으니 울화가 치민다. 골프장의 '갑질'이다"고 했다.

A씨는 주변을 수소문해 재등록을 시도한 끝에 2부가 아닌 1부 (오전 6시~8시 30분) 시간대에는 등록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다.

그런데 A씨의 지인 B씨가 속한 단체팀의 경우 마찬가지로 2부 시간대 재등록에 실패했지만, 해당 골프장 사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올해 2부 재등록에 성공한 사실을 알게 돼 또 한번 격분했다.

B씨도 불만을 터트리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골프장에서 친분을 이용한 예약 시도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우리 단체가 2부 시간대 재등록에 성공하긴 했지만, 3팀에서 2팀으로 규모가 줄었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후 골프장 이용료도 많이 오르는 등 충분히 갑질이라고 느낄 법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골프장 관계자는 "해외 골프 여행이 막혀 밖으로 빠져나갔던 골퍼들이 국내 골프장에 몰리면서 '비싼 회원권을 샀는데 부킹이 안 된다'는 회원들의 불만이 높다"며 "이용 시간은 한정돼 있고, 황금 시간대 예약 전쟁은 더 심해지면서 불가피하게 연간 단체팀의 이용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내 골프 업계가 지난해 사상 최고 영업 이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골프장의 '갑질' 영업은 숙지지 않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레저백서 2021'에 따르면 국내 259개 회원제·대중 골프장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 이익률(제주도 제외)은 31.8%로 2019년보다 9.3% 포인트 상승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19 사태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국내 골프장을 찾는 수요가 급증했고, 20·30세대 골프 인구까지 늘면서 골프장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다.

수요(골퍼)가 공급(골프장)을 크게 초과하면서 수급 불균형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작년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코로나 시대 골프장 폭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는데, 동의자가 무려 7만4천167명에 달했다.

청원인은 "코로나 시대에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고, 다른 레저 활동도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골프 인구가 늘어나 예약이 힘들어졌다. 골프장들이 그린피(이용료), 카트비(전동차 이용료), 캐디피(경기보조원 인건비)를 일제히 올리며 갑질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적었다.

실제로 대구와 경북지역 골프장들도 코로나를 틈타 그린피와 카트비 등을 일제히 올린 바 있다. 회원제 골프장에선 회원들이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PC방까지 찾아 부킹에 나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경북 영천의 한 회원제 골프장은 운영에 불만을 제기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들 회원에게 상습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시간대에 예약을 잡아주는 등 교묘한 갑질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골프장 회원 C씨는 "골프장 측의 부당한 처사에 대항해 소송까지 제기한 일부 회원들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높은 시간대 예약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며 "골프장들의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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