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올해의 좋은 동시 2021…귀엽고 단순한 것에서 길고 모호한 것으로…동시가 바뀌고 있다

  • 박진관
  • |
  • 입력 2022-01-21   |  발행일 2022-01-21 제15면   |  수정 2022-01-21 07:58
한국동시의 현재 보여주는 59편
안도현 등 위원 5명이 선정 수록

2022011801000543200022141
권영상·김개미·안도현·유강희·이안 등 59명/상상/139쪽/1만4천원

강아지가 오줌 누고/ 자기 고추를 핥는다/ 뱃구레에 묻은 오줌도 핥는다/ 쩝쩝 입맛도 다신다/ 그런 입으로 사료를 먹는다/ 그런 입으로 내 얼굴을 마구마구 핥는다.(안상학 시인의 '강아지')

튼튼한 물방울이 되기 위하여/ 전깃줄에/ 풀잎에/ 나뭇가지에/ 날마다 매달리기 운동을 한다/ 그래서 동글동글해지고/ 단단해진다/ 몸 빵빵한 물방울이 된다/ 물방울에서/ 물빵울이 된다/ 운동이 다 끝나면 톡, 떨어진다.(송찬호 시인의 '물방울 운동')

어른들이 동시를 읽으면 아이처럼 영혼이 맑아질까. 이 책에 수록된 동시는 한국 동시의 현재를 보여 주는 질 좋은 거울이다. 한국 동시가 나아갈 길 또한 이 동시집에 실린 작품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권영상, 김개미, 안도현, 유강희, 이안 시인 등 5명의 선정위원이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동시마중' '어린이와 문학' '동시 먹는 달팽이' '동시발전소' '문학동네' '창비어린이' '어린이문학' '아동문예' '동화향기 동시향기' 등 모든 동시가 실려 있는 문예지를 대상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1차로 각 30편 안팎의 동시를 가려냈고, 세 차례 회의를 통해 59인의 작품 59편을 가려 뽑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 중 첫 동시집이 나오지 않은 신인은 16명, 첫 동시집 출간 후 두 번째 동시집을 내지 않은 시인은 19명, 시와 동시를 함께 쓰는 시인이 30명이다.

5인의 선정위원이 주목한 59편 작품의 공통점은 '변화'라고 했다. 무엇보다 "동시가 그저 귀엽고 단순한 생각을 담는 그릇에서 복잡한 사유를 표현하고 다양한 표현 기법을 구사하는 항아리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안도현 시인은 "세상을 보는 눈이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표현기법은 단선적인 것에서 다층적으로, 짧고 간결한 형태에서 길고 자유로운 형태로 바뀌고 선명한 이미지는 모호한 이미지로 말을 갈아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