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양압기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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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0   |  발행일 2022-01-20 제23면   |  수정 2022-01-20 07:11

등산이나 테니스 같은 운동을 할 때마다 나타나는 어지럼증이 점점 심해져 4년 전 병원을 찾았다. 이석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이석증의 증상과 필자가 느끼는 증상이 같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어지럼증은 좀 덜 하는 것 같은데 몸에 힘이 없고 머리가 맑지 않은 것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나마 약이 떨어지면 어지럼증이 다시 시작됐다. 대구와 서울에 이석증 치료로 유명하다는 병·의원을 여러 군데 섭렵했으나 증상은 점점 악화했다.

지난해 여름쯤에는 어지럼증과 피로가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자고 일어나면 더 피곤하고 식사 직후에는 어지러워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수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여 수면 중의 호흡 문제를 주로 보는 의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중증 수면무호흡증. 잠자는 동안 1시간에 무려 40여 회나 숨이 막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때부터 양압기를 착용하고 잠을 잔다. 5개월여가 지난 지금은 어지럼증·무기력증 등은 거의 사라졌다. 잠잘 때 숨을 잘 못 쉬는 것 같다는 아내의 말을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른 후다. 수면무호흡증이 치매와 야뇨증·위식도 역류질환 등 여러 가지 병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양압기는 잠자는 동안 코에 바람을 넣어줘 기도가 막히는 것을 방지해 주는 기계다. 수면무호흡증이나 심한 코골이를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얼마 전 TV 예능프로에 야구코치 홍성흔이 출연, 코골이 때문에 양압기를 착용하고 아내와 다른 방에서 잔다고 하여 화제가 됐다. 양압기치료 필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하는데 연예인들이 여러 가지 센서와 선을 머리와 얼굴·몸에 주렁주렁 달고 자면서 검사를 받는 모습이 TV에 소개되기도 했다. 양압기를 착용하고 자는 것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은 불편을 무시하고도 남음이 크다. 그러고 보니 새벽에 깨어 화장실에 가던 일도 양압기 착용 후 없어졌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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