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추자도 2박3일 감성돔 출조, 꽝 없는 악생이 포인트 "왔다" 40㎝ 중반급 감성돔

  • 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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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1   |  발행일 2022-01-21 제37면   |  수정 2022-01-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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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낚아낸 4짜 감성돔을 들어보이는 서재원 고문.
새해가 밝았다… 했는데, 출장 스케줄이 잡혔다.

"3일부터 5일까지 추자도 감성돔 출조하는데 어떠신가요?"

박범수 한조크리에이티브 대표의 제안이다. 마다할 리 있나. 무조건 오케이다. 바다 찌낚시꾼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꿈의 무대', 추자도 아닌가.

추자도 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보편적이고 편한 건 제주도 본섬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는 것이지만 우리는 수도권 출조 전문점의 출조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장거리 운전의 부담이 없는 수도권꾼들에게는 가장 편한 출조 수단이다.

밑밥 냄새 맡은 학공치떼 수면에 바글
낚싯대가 허리까지 휘며 녀석과 씨름
뜰채 내려가자 안으로 들어온 감성돔
민박집선 회로 차려진 푸짐한 저녁상

그리스 섬과 닮은 나바론 2·3번 자리
만조 지난 초썰물, 조류에 채비 태워
수심 10m서 입질, 37㎝ 씨알 올라와

조류 흐름 없자 제자리서 맴도는 찌
부슬부슬 비까지 내려 마무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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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론 2번 자리 직벽에서 4짜 감성돔을 낚은 박범수 한조크리에이티브 대표.
◆1월3일~수령섬 큰골창 & 악생이

1월2일 오후 8시. 경기도 용인시 신갈동에 있는 바다낚시 출조 전문점 '피싱21'(031-281-0346)에서 출조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박범수 대표, 서재원 쯔리겐FG 고문, 그리고 나) 말고도 13명의 꾼들이 각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한껏 좌석을 뒤로 젖혀 바로 '취침 모드'에 들어간다. 버스는 여기서 전남 해남군 북평면의 남성항까지 달린다.

대기하고 있는 사선(私船) 영일호에 우리가 오른 건 1월3일 오전 1시30분. 혹여나 누울 공간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선실 밑칸이 넉넉하다. 나는 버스 안에서 제대로 자지 못했던 잠을 흔들리는 배 안에서 그야말로 푹 잤다. 시끄러운 엔진 소리는 자장가였고 적당히 등을 두드려대는 여울 파도는 토닥토닥 나를 꿈길로 이끌었다.

하추자도 묵리포구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3시10분. 2박3일간 우리가 묵을 민박집 '추자바다25시'는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다. 나는 어제(1월2일) 들어온 박경호 프로(쯔리겐 필드테스터), 장진호씨와 함께 '추자바다 25시'가 운영하는 낚싯배 뉴에이스에 올랐다.

오전 6시15분 우리가 내린 자리는 상추자에서 북쪽으로 1㎞ 정도 떨어진 곳, 수령섬 서쪽 곶부리. 포인트 이름은 '수령섬 큰골창'이다. 포인트 수심은 12m. 중밀물이 들어오고 있는 시각이다. 밑밥 냄새를 맡은 학공치떼가 수면에 바글거린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히트~! 왼쪽 골창 입구를 노리던 장씨가 입질을 받았다. 낚싯대가 허리까지 휜다. 파이팅 시간이 제법 길어진다. 뜰채를 집어 드는 장씨. 곧이어 그 안에 담겨 올라온 놈은 40㎝가 훌쩍 넘어 보이는 감성돔이다.

점심 식사를 공수하러 온 김찬중 뉴에이스호 선장에게 물어본다.

"지금 조황 괜찮은 곳이 어딘가요?"

"악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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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3일 새벽 5시 30분. 하추자 묵리항에서 뉴에이스호를 타고 포인트로 들어간다.
수령섬 북쪽에 보이는 제법 너른 여, 악생이는 추자군도 부속 섬 중에서도 이른바 '꽝'이 없다는 곳. 포항꾼 함경진씨와 박 대표, 그리고 서 고문이 내린 자리.

"왔어요~!"

함씨의 낚싯대가 크게 휜다. 이윽고 뜰채가 내려가고 그 안으로 몸을 맡기는 감성돔. 40㎝ 중반급 감성돔이다.

"초썰물이 시작됐어요. 왼쪽으로 조류가 강하게 흐를 때 입질이 들어오네요."

박 대표의 살림통(라이브웰)에는 세 마리의 감성돔이 들어있다. 그중 한 마리는 4짜급이다.

오후 5시. 민박집에 꾼들이 모인다. 김찬중 추자바다25시 대표는 꾼들이 내놓은 전리품을 손질한다. 이윽고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진다. 추자도의 저녁 식탁은 감성돔 회가 주 메뉴다. 여기에 계절 생선구이가 옆을 장식하고, 다양한 해산물 밑반찬이 깔린다. 꾼들은 서로의 잔에 한라산을 따라주면서 오늘의 수고를 위로하고 내일의 선전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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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아낸 감성돔을 들어 보이는 박경호 프로.
◆1월4일~나바론 2번 & 3번 자리

박 프로를 비롯한 세 명의 포항꾼들을 상추자 서쪽 나바론 3번 자리에 내린다. 서 고문과 내가 합류한다. 그리고 그 옆(남쪽), 나바론 2번 자리에는 박 대표가 내린다.

상추자도 큰 산에서 해안선을 따라 북쪽으로 길게 이어진 직벽을 '나바론'이라고 부른다. 전쟁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영화 '나바론의 요새(The Guns of Navarone, 1977년 한국 개봉)'에서 따온 지명이라고 한다. 그레고리 펙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나바론의 요새'는 2차 세계대전 때 그리스 네로스 섬의 독일군 포병부대와 영국군의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아마 추자도의 나바론이 그리스 네로스 섬과 닮았나 보다. 실제로 제주의 '산토리니'라고도 불리는 추자도의 나바론은 추자 올레 18-1코스다. '나바론 하늘길'이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상추자 후포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어진 절벽 길이다. 낚시꾼뿐 아니라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오전 9시10분. 먼저 입질을 받은 사람은 서재원 고문이다. 서 고문은 박 프로의 오른쪽 홈통을 노려 4짜 후반급 대형 감성돔을 낚아낸다.

"조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빠르게 흐르잖아요. 홈통에서 빠져 가나는 조류가 저기서 만납니다."

서 고문은 박 프로의 자리에서 흘러들어온 밑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히트~! 이번에는 박 프로가 입질을 받았다. "와~, 이거 힘이 너무 세다. 도저히 감당이 안 됩니다."

허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추는 박 프로. 그러나 세워 든 낚싯대가 점점 수면 쪽으로 눕혀진다.

탁~! 기어이 목줄이 끊겼다.

"뭔지 모르겠지만 꼬리지느러미가 엄청나게 발달한 놈일 겁니다. 감성돔이면 6짜급이라 해도 이 정도 저항은 없는데…."

5m짜리 낚싯대를 쓰고 있어서 웬만하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채비였다는 박 프로의 결론은?

"부시리 같아요. 그거 아니면 이렇게 허무하게 터질 게 아닌데…."

허탈한 표정을 짓는 박 프로.

나는 그런 박 프로를 남겨두고 점심 도시락을 갖다주러 온 뉴에이스호를 탄다. 바로 옆 박 대표의 자리(나바론 2번 자리)로 건너간다. 박 대표는 오전에 이미 4짜 중반급 감성돔 한 마리를 낚아두고 있었다.

"오전에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채비를 갯바위 직벽에 바짝 붙여서 운영했어요."

오후 3시40분. 지금은 만조가 지난 초썰물 때. 멈춰있던 조류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히트~! 박 대표가 다시 입질을 받았다. 곶부리 끝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조류에 채비를 태워 수심 10m 바닥에서 입질을 한 감성돔을 걸었다. 이윽고 올라온 건 37㎝ 정도 씨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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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꾼 함경진씨가 악생이 1번 자리에서 4짜 감성돔 입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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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 프로도 나바론 3번 자리에서 입질을 받았다.
◆1월5일~지나간 사흘의 여정

추자도 2박3일 여정의 마지막 날. 오늘은 여유가 없다. 오전 낚시만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오전 6시. 박 대표, 서 고문, 그리고 나 세 사람은 상추자 북쪽 끝단과 맞닿은 섬, 다무래미 3번 자리에 내렸다. 오전 7시30분.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다. 채비를 서두른다. 마침 우리 자리 오른쪽 곶부리에 있는 꾼이 입질을 받아 뜰채를 내리고 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감성돔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 자리에는 조류 흐름이 없다. 찌가 제자리를 맴돈다. 하릴없이 시간만 흐른다. 조류가 흘러야 그나마 희망이라도 가져볼 텐데 전혀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전 11시. 오후에 예보돼 있던 비가 서둘러 내리기 시작한다.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부슬부슬 이어진다. 낮 12시. 다른 민박집 배가 들어와서 우리 오른쪽 곶부리에 있던 꾼을 태우고 대여섯 명의 젊은 꾼들을 내려준다. 많이 봐줘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친구들은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익숙한 동작으로 채비를 한다. 발 밑에 밑밥을 착착 뿌린 후 채비 투척. 몇 차례 캐스팅을 하더니 이내 입질을 받아낸다. 제법 씨알 좋은 돌돔이 올라온다. 뒤에서 환호성이 들린다. 우리는 마지막 날 자리를 잘못 잡았다.

낮 12시30분 우리를 태운 뉴에이스호는 오후 1시가 넘어 묵리항으로 들어갔다. 추자도에서 나가는 배(영일호)는 이미 하추자 신양항에 정박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민박집에서 끓여준 라면에 밥을 말아 먹는다. 이것이 추자도 2박3일 일정의 마지막 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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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오후 1시40분.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추자도에서 뭍으로 나갈 때도 우리는 선실 아래에 나란히 누웠고 이내 잠이 들었다. 해남 남성항에서 피싱21 출조버스에 몸을 실은 시각은 오후 3시30분. 올라가는 길에 국도변의 남창휴게소(해남 북평면 남창리)에서 점심인지 저녁인지 애매한 식사를 했다. 이때가 오후 4시20분. 다시 길을 재촉해서 용인시 신갈의 피싱21에 돌아오니 밤 9시. 2박3일의 새해 첫 추자도 감성돔 출조는 비교적 평안하게 마무리한 셈이다.

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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