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기쿠치병, '열 나고 목멍울'…몸살같은 림프절염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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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5   |  발행일 2022-01-25 제22면   |  수정 2022-01-25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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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을 운영하는 김모(여·28)씨는 스트레스로 몸 상태가 엉망이 됐다. 주말 내내 아무것도 안하고 쉬어도 피곤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학생들의 겨울 방학에 맞춰 일주일간 휴가까지 다녀왔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최근에는 목에 멍울까지 생겨 병원을 찾았다. 목에 문제가 생겨 강의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지만, 급성림프절염을 일으키는 '기쿠치병(Kikuchi's disease)'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그나마 안도했다. 박훈 참이비인후과 원장은 "목에 멍울이 만져지면 혹시 암이나 몸에 큰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지만, 목에서 만져지는 혹의 가장 많은 원인은 림프절"이라며 "최근 들어 기쿠치병으로 알려진 아급성 괴사성 림프절염의 증가로, 젊은 여성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 기쿠치병의 경우 방치하면 증상이 두 달 이상 오래 지속될 수 있고, 림프절이 점점 커지기 때문에 제때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30세이하 동양 여성 흔해…방치땐 두달이상 지속
체중감소·피로감·인후통 등 피부 발진도 생겨
대부분 약물치료…림프절 커지면 3~4개월 걸려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기쿠치병은 동양의 30세 이하 여성에서 주로 발생하는 림프절염의 한 종류로, 1972년 일본인 의사 기쿠치가 의학계에 최초로 보고했다. '기쿠치병'이라고 부르는 배경이다. 대부분의 경우 목에 림프절이 커지면서 손으로 만져지고 통증이 동반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게 된다. 기쿠치병의 다른 증상으로는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발열, 체중감소, 전신 권태감,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인후통이나 두통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또 피부에서 발진이 나타날 수 있고, 홍반성 반점이나 구진·궤양 등의 양상으로 몸통이나 팔(상지)에 발생하기도 한다. 목에서 만져지는 멍울은 보통 한쪽에서 나타나고, 겨드랑이에서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기쿠치병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임상증상, 경과, 조직학적 변화 등으로 미뤄 바이러스 감염이나 자가면역질환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경부 림프절이 커져 있을 경우 경부 초음파와 경부CT를 시행한 후 림프절 비대를 확인하고, 조직검사를 통해 림프절에서 괴사성 림프절염을 확인해야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부 림프절 비대에서 가장 흔히 하는 세침검사로는 정확한 진단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고, 절개 림프절 생검은 목에 상처등이 생기는 문제로 시행할 수 없어 확진되지 않은 상황에서 병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박 원장은 "환자들은 불안해 하며 여러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증상이 최소 2주에서 한달 이상 호전되지 않고 반복된다면 목의 림프절을 전체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경부 초음파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쿠치병의 경우 대부분 약물요법으로 치료하고, 경과가 오래가는 게 특징이다. 보통 전신증상은 1개월 정도, 림프절이 커진 경우는 3~4개월 정도 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드물게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다행인 것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되는 게 특징이고, 재발률도 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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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비인후과 박훈 원장

◆"초기 진단 매우 중요"

기쿠치병은 다른 질환과 증상, 진찰 소견 등이 비슷해 이비인후과 의사에게도 진단하기 까다롭고 어려운 질병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슷한 질환의 대표적인 게 악성 림프종이다. 악성림프종 등의 암과 비슷한 증상, 진찰소견, 검사 결과 탓에 감별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암 외에도 반응성 경부 림프절염, 우리나라에서 흔한 결핵성 림프절염 등의 염증성 질환, 악성림프종, 전이암 등과 같은 종양성 질환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반응성 경부 림프절염은 상기도 감염이 있을 때 동반되어 경부림프절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고, 감기나 편도선염 등 상기도 감염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나 세균감염에 의해 잘 발생한다. 원인 질환이 치료된 이후에도 림프절이 점차 커지거나 숫자가 많아지고 아픈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야 하지만, 큰 변화가 없는 경우 관찰만 해도 완치될 수 있다.

결핵성 림프절염은 목 주위에 서서히 커지는 통증없는 멍울이 발생하는 게 특징이고, 환자 본인도 모르고 지내다가 상당히 커진 이후에 발견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들에게 미열, 이유 없는 체중감소, 식욕부진, 식은땀, 피로감, 목 부위의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고, 검사를 통한 확진과 장기간의 항결핵제를 통한 약물 치료가 필수적이다. 결핵의 경우 폐뿐 아니라 몸의 어디라도 발생할 수 있고, 폐 이외에서 발생하는 결핵 중 가장 많은 게 경부 림프절 결핵이다.

박 원장은 "기쿠치병은 처음 진단이 힘든 편이지만 대부분 자연적으로 호전되고, 증상이 심한 경우라도 몇 가지 약물로 치료가 가능해 초기 진단이 매우 중요한 병"이라며 "이상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초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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