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패션과 건축 Ⅲ- 아르누보와 아르데코...좁고 긴 고층빌딩의 기하학적 장식 반영, 직선 실루엣 원피스 유행

  •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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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11   |  발행일 2022-02-11 제37면   |  수정 2022-02-11 08:33

자연 모티브 유동적 장식성 '아르누보'
꽃머리 장식·부드러운 주름 로맨틱 향연
구엘궁전·성가족 성당 등 예술적 건축물
가슴·엉덩이 강조, S자 실루엣으로 매혹
여유로우며 은은하고 신비로운 색감 표현

모더니즘의 기하학 장식성 '아르데코'
20C초 직선적·단순·기하학적 양식 대두
급속한 산업화 기능성 중시한 현대 디자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섬세한 모티브
주름·리본·진주·깃털장식으로 화려함 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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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누보의 S자형 실루엣의 여성복. Wikipedia Commons

장식성과 단순함, 곡선과 직선, 이 대비되는 단어들은 디자인의 특징에 대해 언급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들에 속할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적 특징은 20세기 안의 10년 주기에 걸쳐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때로는 단순하고 직선적인(60년대), 때로는 복합적, 장식적인(80년대) 디자인으로 시대적 감성을 대표하였다. 이보다 앞서 지금으로부터 100~130여 년 전인 20세기가 들어서고 자리를 매김하는 1890년, 즉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 대비되는 특징의 아르누보와 아르데코의 양식이 교차되어 나타났다. 아르누보와 아르데코는 '생활반영적' 예술사조라 할 수 있으며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패션, 건축, 인테리어, 공예 등에서 '예술반영적' 생활 속 디자인 제품으로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아르누보(Art Nouveau)는 프랑스어 단어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새로운 예술'을 뜻한다. 1890~1910년, 즉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걸쳐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전 세계적 영향력으로 유행한 양식으로 넝쿨 식물의 모티브가 구불구불하게 배열되고 엉켜진 유연한 곡선과 다양한 꽃들이 차분하고 은은한 색감으로 입혀져 부드럽고 로맨틱한 장식적 분위기의 향연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배경으로 흡사 여신과 같은 여인이 꽃 머리 장식과 부드러운 주름의 드레스를 입고 주인공으로 묘사되는 새로운 고전적 이미지가 대표적이다. 이는 그간 유럽이 전통적인 르네상스 이후 고전주의적 예술표현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예술성을 표현한 것으로 이전과 달리 예술의 모티브를 자연에서 찾고 예술가의 작품성을 인간의 삶으로 스며들게 하였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몇 년간 인터넷의 확산 등 과학기술의 발달과 사람들이 가진 새로운 세기에 대한 희망적 기대를 기억해보면, 아르누보 시대에서 사회·경제·과학의 발달로 번성하고 변화돼가는 시대 속에서 새로운 변화와 진보적 예술성이 추구되었을 것이라 충분히 짐작되고 공감된다.

아르누보는 예술표현의 매체를 화폭에서 유리와 금속공예, 텍스타일과 패션, 건축, 시각커뮤니케이션, 인테리어 등으로 확장하게 된 것으로 예술을 인간 삶 속으로 이어지게 한 응용예술이며 지금의 관점으로는 디자인에 보다 가깝다. 유럽에서 아르누보 예술성을 볼 수 있는 예로, 프랑스 파리의 아베스(Abbesses) 지하철역 입구의 조형물과 스페인의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을 들 수 있다. 아르누보는 자연의 모티브와 유연한 곡선을 기반으로 나라별, 작가별 각기 개성적으로 발전하였는데 가우디는 프랑스적 특징과 다르게 대체불가한 자유로운 리듬의 조형적 감각으로 자연의 모티브를 자신만의 아르누보 스타일로 녹여 구엘 궁전, 성가족 성당, 카사바트요 등 예술적 건축물로 완성하였다.

이러한 아르누보 양식은 동시대 서양 패션과도 그 흐름을 같이하여 현대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과도한 볼륨의 재킷과 스커트는 사라졌지만 여성 인체의 곡선미를 강조하고자 가슴과 엉덩이를 강조한 S자 실루엣으로 과잉적 곡선의 형태로 나타났다. 사회의 현대화, 패션의 현대화 속에서 점차 이전의 과도한 형태의 패션은 다양한 주름 기법 등이 적용되고 섬세한 실루엣으로 축소되었고 20세기에 들면서 신체를 구속하는 의상도 좀 더 여유로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패션스타일이 선보이게 되었다. 이 안에서 아르누보적 모티브는 자수로 은은한 신비로운 느낌의 색감으로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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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데코 시대의 직선적 실루엣의 여성복. the fashion forks

유동적 장식성의 아르누보 시대는 20세기 모더니즘의 대두로 점차 흐려지게 되었고, 1910년대 이후 '직선적인' '단순한' '기하학적'으로 대표되는 아르데코(Art Deco) 양식이 대두되었다. 아르데코는 아르누보의 비대칭적·곡선적인 특징에 반해 대칭과 직선을 지향하는 다소 상반된 특징도 지니고 있지만 아르누보의 수공예적 양식과 산업시대의 기계적 대량생산방식을 절충한 것으로 아르누보의 은은한 색감에 비해 보다 짙고 풍부한 색감과 기하학적 장식성을 나타낸다. 가속화된 산업화로 변화되는 시대에서 기능성을 중시하며 직선적 표현으로 단순해 보이기도 하지만 고급스럽고 풍부해 보이며 현대적 매혹성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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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데코 양식의 클라이슬러 빌딩의 장식.

아르데코를 대표하는 건축은 미국 뉴욕에서 다수 찾아볼 수 있다. 크라이슬러 빌딩(1930년 완공, 77층), 록펠러 센터(1939년 완공, 70층),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1931년 완공, 102층)이 대표적이며 건물 외벽에서 기하학적이고 섬세한 모티브의 반복으로 완성된 현대적 장식미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좁고 긴 형태의 건축물과 반복적인 기하학적 장식성은 패션에서도 크게 반영되어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볼 수 있는 허리선이 구분되지 않은 낮은 허리선으로 직선적 실루엣의 원피스로 대표되는 패션스타일이 유행하였다. 형태적으로는 화려하지 않지만 주름장식과 리본, 진주장식, 깃털장식 등으로 화려하고 섬세하게 장식되었고, 그 시대 여성 해방적 패션을 선보인 가브리엘 샤넬(Channel)이 대표적 디자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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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현재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패션디자인의 영역이 실물을 넘어 가상세계 속 아바타 패션으로 확장되듯이, 100여 년 전 급속한 산업화·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마련된 패션과 건축 등과 예술의 조합은 사람들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변화로 이끌었다. 자연적 모티브의 유동적 장식성의 아르누보와 모더니즘의 기하학적 장식성의 아르데코는 20세기 디자인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며 디지털 산업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21세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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