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대구라는 자부심

  • 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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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2   |  발행일 2022-02-22 제23면   |  수정 2022-02-2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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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올해는 월드컵이 있는 '축구의 해'다. 휘슬은 벌써 울렸다. '우리들의 월드컵'인 국내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가 지난 19일 개막됐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로 평년보다 한 달 정도 일정이 당겨진 것. 2월의 차가운 날씨와 오미크론의 확산 속에서도 대구FC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에는 8천명이 넘는 많은 관중이 몰렸다. 경기결과와 내용은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첫 경기인데다 슬로 스타터인 대구를 감안하면 실망감이 크진 않았다. 무엇보다 축구는 인생살이처럼 굴곡이 있기 마련이고, 때론 패배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도 한다.

이날도 그랬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이 빠져나가는 순간, 장내에 붙은 '대구라는 자부심'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위대한 시민정신'이라는 대구시민의 날 홍보 문구와 오버랩(overlap)됐다. '시민(市民)'은 단순히 도시에 사는 사람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적이면서도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전제된다. 그러니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은 또 얼마나 멋진가. 그런 '시민구단'이라는 말에 꽂혀 필자는 30년 야구광을 접고 축구팬, 정확히 말해 시민구단의 팬이 됐다.

'대구라는 자부심'은 뭘까? 물론 프로축구팀 대구FC가 우리들의 자부심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그 의미가 확대됐다. 어린이에서부터 어른까지 힘을 보태 국내 최초 시민구단을 만든 시민들. 지난 시절 승리의 기쁨보다는 패배의 아쉬움이 익숙했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며 홈은 물론 타 도시의 응원석에서 '대~구'를 외친 서포터스와 축구팬.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대구FC를 후원해온 많은 지역 기업인. 성공적인 시민구단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구시와 관계자들. 이 모두가 '대구'라는 자부심이었다.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계승하자며 시민구단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인 대구FC엔젤클럽(이하 '엔젤클럽')은 또 어떤가. 엔젤클럽은 2부 리그로 강등돼 위기에 처해있던 시민구단 대구FC를 살려보자며 만든 순수 시민후원단체다. 공식적으로 2016년 출범했으니 햇수로 7년째다. 목표는 '명문자립 시민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재정적 안정과 함께 시민 정신의 발현도 포함됐다. 처음에는 뜻 맞는 30여 명의 시민들이 의기투합했고, 2년 만인 2017년엔 '천사(1004)'명, 지금은 소액후원하는 시민(엔시오)까지 포함해서 1천5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엔젤들은 코로나19로 대구가 어려워지자 곳곳에 '힘내라 대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코로나 극복에 동참했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시민구단 후원을 이어갔다. 힘든 시기일수록 시민구단이 시민들에게 큰 위로를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엔젤클럽은 축구계에서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많은 구단들이 벤치마킹했지만, 엔젤클럽처럼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대구인(大邱人)의 '위대한 시민 정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대구FC서포터스와 팬들이 내건 '대구라는 자부심'이라는 문구는 선수 유니폼 오른팔에도 인쇄돼 있다. 그리고 선수들의 트레이닝복 가슴에는 '엔젤' 로고가 선명하다. 시민, 서포터스와 팬, 엔젤들이 우리 선수들을 대구의 자부심이라고 여기듯, 선수들 역시 시민구단의 참뜻을 이해하고, 대구시민들을 '자부심'으로 느끼며 그라운드를 누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럴 때 우리는 진정으로 '대구라는 자부심'을 느낄, 명문 시민구단을 얻게 될 것이다.
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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