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순섭의 역사공작소] 국립대구박물관의 브랜드

  • 함순섭 국립대구박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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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3   |  발행일 2022-02-23 제26면   |  수정 2022-02-23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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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구박물 관장

국립중앙박물관 소속의 국립박물관들은 지역의 역사를 전시로 구현하는 게 설립의 우선 목적이기에 대체로 역사계 박물관을 지향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국립박물관은 천편일률적인 역사 전시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로 특화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 박물관별로 특성화를 시작하였고, 2020년대에 접어들며 전문성과 확장성을 지닌 박물관 브랜드란 개념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이 복식이란 주제로 특성화를 선언할 시점은 하필이면 섬유와 패션을 역점사업으로 몰아가던 대구시의 '밀라노 프로젝트'가 쪼그라들던 때였다. 대구와 복식문화가 역사적으로 무슨 연관이냐는 비아냥도 있었고, 특성화에 밀려 지역 역사를 홀대할 것이란 선입관도 있었다. 지역 역사와 특성화의 균형을 놓치지 않으면서 10여 년 복식문화 주제를 꾸준히 다듬어 왔기에 국립대구박물관의 브랜드를 돌이켜 살펴보자.

전근대 사회는 의관제(衣冠制)로서 신분에 따라 착용할 수 있는 옷과 장신구를 엄격히 나누었다. 복식은 신분제 사회의 표상으로서 그 역사성이 뚜렷하다. 대구와 경북은 신라와 가야의 영역이었기에 고대 능묘에서 복식 자료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굴된다. 아울러 특성화 이후 국가에 귀속되는 조선시대 출토 복식은 모두 대구박물관에 들어오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이 두 조건만으로도 대구박물관은 우리나라 전근대 복식 자료의 중심이다. 아울러 복식 연구자인 고(故) 김영숙 교수와 고 민길자 교수의 컬렉션, 고 이영희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화된 소장품 덕택에 그간 조선시대 및 근현대 한복, K-드라마로 붐을 이룬 전통 쓰개 '갓', 아시아 민속 복식 등을 특별전시로 만들어 꾸준히 공개해 왔다. 대구박물관은 우리 옷 한복과 아시아 민속 복식을 역사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유일한 국립기관으로서 위상이 확고하다. 그간의 성과는 작년부터 미국 및 유럽 박물관이 요청하는 한복 아이템 대여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의 브랜드를 한층 강화할 복식문화관 건립이 재작년과 작년 연거푸 좌절하였다. 올해는 반드시 이룰 예정인데, 이를 통해 아시아권에서 최상의 복식문화 브랜드 박물관이 되려고 한다. 아울러 복식문화관이 마련된다면 기존의 전시실은 천 년을 넘긴 경상도 역사로 꾸밀 것이다. 이 단계라야 '경상도'와 '복식문화'라는 국립대구박물관의 브랜드는 정상 궤도에 오를 듯하다.
<국립대구박물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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