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통합하는 쪽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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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28   |  발행일 2022-02-28 제25면   |  수정 2022-02-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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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한국 대선에서 단일화는 거의 예외없이 선거승패를 가르는 게임 체인저였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처음 치러진 13대 대선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의 민주진영의 단일화 실패가 1979년 12·12 군사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의 당선을 가능케 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이회창과 이인제로 분열된 보수진영은 패배했고, 김대중과 김종필의 연대는 승리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노무현과 정몽준의 단일화 역시 위력을 발휘했다.

2007년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과 이회창의 단일화는 대선 이슈에서 벗어나 있었고, 결국 이명박이 승리했다. 2012년 18대에서는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지만 안철수는 대선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사실상 단일화는 실패했고 박근혜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과 안철수의 단일화가 선거의 결정적 변수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이고 선거일에 사표방지심리와 정권교체 민심이 작용하면 안 후보의 실제 득표율은 여론조사보다 낮은 5%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 같다. 윤 후보는 다자구도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의 기대섞인 희망일 수 있다.

17대 대선에서 이명박과 이회창의 단일화는 이슈로 주목받지 못했다. 외견적인 보수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워낙 약체였기 때문이다. 결국 이명박은 48.67%를 얻어 26.14%에 그친 정동영을 압도했다. 이회창도 15.07%라는 무시할 수 없는 표를 얻었지만 승패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대 대선을 보수가 분열한 15대와 17대 대선에 대입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15대 대선에서는 DJP 연합을 성사시킨 김대중이 강한 후보였던 이유도 있지만 이인제의 19.21%의 득표가 이회창의 발목을 잡으면서 이회창은 불과 39만표 차로 패배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이인제만큼 득표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재명 후보와 박빙인 선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일화 없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17대 대선에서는 분열했던 보수가 승리했지만 높은 정권교체 민심이 보수 분열을 극복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권교체론이 높다. 그러나 보수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보수의 승리 가능성은 낮아진다. 정권교체론에만 기대기에는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고 단일화 불발로 중도층의 향배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당체제는 이완된 양당제 또는 변형된 다당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양당제와 다당제의 중간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당체제가 대선 때마다 단일화 논의가 블랙홀로 등장하는 이유다.

정당정치에서 후보와 정당 간의 연합이나 연대 또는 단일화는 선거공학이라는 측면에도 불구하고 자연발생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예외없이 등장해서 선거의 본질이 왜곡되고 선거의 시대정신이 가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 단일화와 연대가 최종적으로 어떠한 형태와 조합의 모습을 띠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일화라는 단어에 통합을 대입해보면 승리의 공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단일화가 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선거에서는 통합한 측은 승리했고, 분열한 진영은 패배했다. 단일화가 현실정치에서 불가피한 모습이라면 단일화의 주체들도 공통의 가치나 철학을 공유하고 담대하게 협상에 임해야 한다. 상대를 조롱하거나 거대정당의 기득권으로 압박하는 것은 정치의 정도가 아니다.
최창렬 용인대 통일대학원장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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