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승리 없는 전쟁, pray for Ukraine

  •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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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1   |  발행일 2022-03-01 제23면   |  수정 2022-03-0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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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과 함께 거제 포로수용소 유적 공원을 갔었다. 6·25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민족 역사 교육 장소로써 부모님은 체험 학습을 위해 나를 데려가셨고 벌써 20년이 넘게 흘렀음에도 딱 한 번 갔던 그날이 또렷이 기억난다.

군복을 입은 채 총구를 겨누고 있는 마네킹들과 한쪽에는 고문을 받는 마네킹들, 피처럼 느껴지는 붉은색 조명들, 우르르 쾅쾅 천둥처럼 울려 대는 총과 폭탄 소리. 그날의 나는 너무 무섭고 거북했고, 마치 귀신의 집을 다녀온 듯 한동안 잔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겪어본 적 없는 전쟁을 그저 겉핥기식으로 보고 온 것임에도 나에게는 충격이 상당했고, 후에 여러 차례 거제에 여행을 갔지만 다시는 그곳에 발길을 들이지 않았다.

연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보도되고 있다. 이미 잿빛이 되어버린 도시에 또다시 던지고 터져지는 폭탄들을 보면서 지금이 2022년은 맞는지, 혹은 내가 영화 속의 장면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두 눈을 의심했다.

목적 없는 싸움이 어디 있겠냐 만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아무 죄 없는 선량한 시민들은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가족을 잃고, 전쟁 참전 준비를 하게 되었다. 유치원생 딸과 작별 인사를 하며 원치 않는 참전을 떠나는 아버지의 모습, 러시아군이 키예프의 소아암병원을 포격해 어린이와 어른이 사망했다는 뉴스들이 TV 속을 가득 채우며 생전 가본 적도 일면식도 없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심정이 가슴 찡하게 와 닿았다. 전쟁의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번 일을 겪고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갈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반면 괴팍하고 저질스러운 도발과 비교되게, 사이버 IT 전쟁에 동참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일론 머스크는 초고속 인터넷망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원하고, 해커집단 어나니머스는 러시아 국영 TV를 해킹해 우크라이나 찬가를 틀었다. 전 세계는 각자의 자리에서 실시간 전쟁 상황을 지켜보고 함께 기도하며, 이웃 나라 폴란드는 몸소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난폭하고 세련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도발과 비교되게 무엇이 진정 21세기적 전쟁인지를 볼 수 있는 이면이다.

서로의 이해(利害) 관계, 암묵적인 합의, 예측 불가의 도발, 뜻밖의 도움들, 평화에 대한 갈망 등이 뒤엉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과연 전쟁이 끝난 후 목적을 달성한 사람과 그 나라가 진정 승자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이 싸움에는 어떠한 교훈도, 승자도 없다. 오직 피해자만 남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종전선언을 하지 않은 휴전 국가다. 언제 어느 순간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위험 속에서 살고 있지만, 대다수가 긴장을 늦추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하나 당장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 나의 공간에 폭탄이 떨어진다 상상해보자. 상상조차도 끔찍하다. 이런 끔찍한 상상이 우크라이나에는 현실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부디 신의 가호가 있기를.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모두가 함께 기도하기를 소망한다. 진심으로 하루빨리 평화를 되찾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승자 없는 전쟁은 앞으로 어느 나라에도 일어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다.
박성혜 〈주〉판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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