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과 위트…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쓴 문학적 감수성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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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8   |  발행일 2022-03-08 제15면   |  수정 2022-03-10 17:02
허수해 시인 두번째 책 발간
시·산문·사진 곁들인 잡문집
"작가의 고집 잘 펼쳐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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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집'. 책의 장르부터 흥미롭다. 시도 있고, 산문도 있고, 사진도 곁들였다. 저자는 '기억과 추억의 차이를 쓰고 찍은 것'이라며 스스로 '잡문집'이라고 이름 붙였다.

시인 허수해가 그의 두 번째 책 '아주 사적인 발자국(시인보호구역, 사진)'을 펴냈다. 첫 시집 '네 이름으로 쓴 시가 한 다발이다' 출간 후 2년 만이다. '우는 일이야 나의 일이지만' '아름다운 시절은 쉽게 저물고' '기다림을 발명한 사람' '초식동물의 마음' 등 57편의 시와 산문이 실렸다.

"우리의 시간이 발밑에서 바스라졌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간의 시체가 그림자 아래 쌓여갔다. 형은 조심조심 소리 없이 걸었지만 나는 뒤축을 끌며 팔자로 걸었다. 무릎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이 자리에 앉아 부패되어 가고 싶다. 뒤꿈치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모든 발자국이 사라지고 소리 없이 먼 곳으로 사뿐히 걷고 싶어. 흘러내리는 안경을 추스르며 형이 웃었다."-97쪽, '밤에 낮술' 중-

첫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쓸쓸함과 대상에 대한 해학과 위트가 이번 책에도 잘 드러난다. 시인 정훈교는 "허수해 시인의 문학적 감수성과 그만의 고집스러운 길이 잘 펼쳐진 작품집"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감정에 감정이 겹쳐지면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풍경에서 '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객관적으로 적을 수 있게 된다면 기쁠 것 같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쓴 문장들도 있다. 하지만 전혀 객관적이지 않고 지극히 사적인 메시지일 뿐"이라며 '변한 건 시간뿐이었고 기록된 장면은 그대로였다는 것'을 이번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허수해는 대구에서 발간하는 독립문학예술잡지 '시인보호구역'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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