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공정하다는 착각

  • 이동운 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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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8   |  발행일 2022-03-18 제14면   |  수정 2022-03-18 12:31

이동운
이동운〈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 이사〉

20대 대통령 선거 공약 중 입시제도는 '공정성 강화'가 화두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도 입시불공정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결국 교육의 불균형이 초래한 결과이고, 마이클 샌델 교수도 그의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가장 먼저 언급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성공의 지름길이지만 대다수의 명문대는 능력주의로 성공한 상류층 자녀들이 입학하기 쉬운 구조다. 일단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기회의 공정성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능력주의에 대해 공평한가? 능력주의는 결과에 따라 도덕적으로 승자와 패자로 나뉘게 된다. 즉 승자는 자신의 노력으로 쟁취한 것이기에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패자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결과로 비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사회적 시스템보다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고 생각하기에 정당하게 느껴지고, 결과 중심이다 보니 능력의 결과도 공정하다고 느낀다.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는 능력주의보다는 일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능력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 사회적 시스템 그리고 운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겸손'을 잃지 말라고 당부한다. '공정'은 우리 사회가 '공정을 초월하는 가치'에 관해 깊이 있게 성찰하라는 화두를 던져준다.

'공정하다는 착각'에서는 오바마의 기술관료적 태도를 비난했고, 능력주의가 절대 공동의 선이 될 수 없다는 점과 윤리와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한다. 다만 겸손함과 연대의식의 강화가 현실적 대안으로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이루고자 하는 성공에 개인의 능력을 지나치게 대입시키지는 않았는지, '능력주의가 정당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자의 생각을 엿보게 되었다.

이동운〈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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