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조선을 지켜낸 어머니…충무공의 정신적 지주 어머니 초계변씨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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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18   |  발행일 2022-03-18 제15면   |  수정 2022-03-18 12:29
자식교육 위해 세 번 이사하고 아들 위해 팔순에 목숨 건 뱃길 상경도
이순신 장군은 어머니를 난중일기서 언급하며 '하늘의 뜻'이라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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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사 고택 모습. 이순신 장군이 무과에 급제하기 전부터 살던 집으로, 이후 그의 종손이 1960년대까지 살던 곳이다. 고택 앞 우물도 보존되어 있다. 〈가디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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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 지음/가디언/280쪽/1만6천원

우리 역사에서 위대한 어머니를 꼽는다면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 한석봉의 어머니 등을 떠올리게 된다. 중국으로 범위를 넓히면 교육열의 대명사처럼 회자되는 '맹모삼천지교'로 유명한 맹자의 어머니가 있다. 그러나 충무공 이순신의 어머니를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훌륭하게 자식을 키워냈지만 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순신의 어머니 '초계 변씨'는 아들을 영웅으로 키우고자 세 곳의 거처에서 자녀들을 가르치고 길렀다. 서울의 거처였던 건천동은 과거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여든 동학과 가깝고 무과생을 위한 훈련원과도 가까워 자식을 교육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그러나 이순신의 조부와 남편이 벼슬에서 멀어지면서 가세가 기울고 자식들의 입신출세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자 집안 식구를 이끌고 아산으로 이사한다.

변씨의 마지막 거처는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 송현동이다. 변씨는 아들과 가까운 곳에서 기거하면서 아들의 승전을 염원하고 정신적 안정을 지켜줬다. 덕분에 이순신은 23전 23승으로 왜군을 격멸할 수 있었다.

이순신이 1576년 무과에 급제하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변씨는 노비와 토지를 증여한다. 이 과정에서 재산을 분급한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는 '별급문기'를 손수 발급했다. 또 혹시라도 자손들 사이에서 재산 분급을 둘러싼 분쟁이 생길 소지를 없애기 위해 증인을 세우는 등 철저한 재산관리의 모습도 보여주었다.

이후 집안의 화재, 남편과 두 아들의 죽음을 차례로 맞으면서도 변씨는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고 가문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변씨의 가르침은 이순신에게 자립, 자주, 충성의 가치관을 새겨주었다.

변씨의 아들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일화는 '목숨을 건 뱃길 상경'이다. 이순신이 모함을 받아 선조에게 밉보여 파직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게 됐다. 당시 변씨는 83세의 병든 몸이었으나 아들을 만나기 위해 여수를 떠나 서해 뱃길로 상경하다가 세상을 뜨고 만다. 상경하기 전 극구 말리는 사람들에게 "내 관을 짜서 배에 실어라. 내가 죽고 아들이 살아야 한다면 마땅히 죽겠다"고 할 정도로 아들을 살려내고 말겠다는 굳센 의지를 보였다. 이러한 변씨의 노력은 이후 명량대첩에서 승전하는 에너지로 작용하게 된다.

변씨가 이순신의 든든한 정신적 '안정처'이었음은 '난중일기'에도 나와 있다. 이순신은 어머니를 '천지(天只)', 즉 하늘의 뜻으로 지칭할 만큼 그에게는 삶의 기둥이었다.

이 책은 초계 변씨의 삶에 대해 기록했다. 책을 통해 이순신의 자립, 자주, 충성의 가치관에 깊은 영향을 미쳤던 변씨에 대해 알 수 있다. 또 어머니를 자신의 기둥이자 하늘 같이 여겼던 이순신의 깊은 효심도 엿볼 수 있다. 책의 각 장 말미에는 해당 부분의 사건과 내용을 정리해서 요약했다. 부록으로 초계 변씨의 가계도와 연보, 이순신의 가계도 등을 정리했다.

저자는 직접 발품을 팔아 유적을 답사하고 관련 자료를 찾았다. 또 후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책을 만들었다. 저자는 "이순신 장군의 어머니만큼 지혜롭고 위대하며 아들 사랑이 지극했던 역사적 인물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면서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혼자서 그 업적을 이뤄낸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그를 조력하고 함께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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