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하숙생

  • 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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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22   |  발행일 2022-03-22 제23면   |  수정 2022-03-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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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경 대영에코건설 (주) 대표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최희준의 히트곡 '하숙생'(작사 김석야, 작곡 김호길)의 첫 소절이다. 하숙(下宿)은 한자 아래 하(下)와 잘 숙(宿)으로 이뤄져 있다. 자취(自炊)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자취는 '스스로 밥을 지어 먹으며 생활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하숙은 한 집에 숙식을 같이 하는 의미가 크다. 밥을 함께 먹는 것이 '식구(食口)'이고 보면 하숙은 가족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밥'만 함께 먹는 게 아니었다. 늦잠 잘 때면 깨우기도 하고, 술을 많이 먹거나 엇나가면 부모님처럼 잔소리를 하면서 걱정도 한다. 그것도 밥상을 내면서 또 문을 열어 주면서 슬쩍슬쩍 던지는데, 그 말에 진심이 담겨 있어 왠지 마다할 수 없다. 그러니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 눈치를 보며 생활할 수밖에 없고, 세월이 지나 돌아보면 그 살뜰함이 참 고맙다. 그래서 가끔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가 떠오르는 것이다.

하숙집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다. 이번 대선 기간 동안 '대구 하숙집' 이야기는 그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다. 윤 당선인이 대구에서 초임검사로 부임한 것은 1994년 3월이다. 1996년 3월 강릉지청으로 전보됐으니, 그는 꼭 2년 동안 대구에서 문간방 하숙생으로 지냈다.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서른셋의 늦깎이 초임 검사에게 대구는 과연 어떤 곳이었을까?

그는 지난 2월 대구 유세 중에 "제가 초임검사 때 신세 졌던 우리 하숙집 아주머니가 여기 와 계신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거를 앞둔 후보의 의례적인 멘트라고 하기에는 그의 표정이 너무도 순박했으며, 언론에 알려진 뒷이야기들도 훈훈했다. 2014년 좌천돼 대구로 왔을 때도 그는 전화로 대구에 왔다고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신고' 했고, 2020년 초 대구에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될 때도 안부 전화를 잊지 않았다고 한다. "대구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사회생활을 대구에서 시작했고, 어려울 때 대구가 따뜻이 맞아줬고 이렇게 키웠다"는 그의 이야기는 진심으로 들린다.

대통령 선거는 끝났다. 당선인을 지지를 했던 그렇지 않았던, 국민들은 새로운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바랄 것이다. 부강하고 살기 좋은 나라, 공정하고 바른 나라, 상식이 있고 따뜻한 나라, 민주적이며 국민 모두가 하나 되는 나라를 희망한다. 윤 당선인이 대구에서 첫 검사로 부임한 것처럼, 그는 이제 대통령으로 첫걸음을 내디디게 된다. 1994년 대구의 하숙집 주인 부부가 새롭게 출발하는 한 초임 검사를 따뜻하게 맞이하듯, 국민들도 그런 마음으로 초임 대통령을 맞이하면 어떨까? 나아가 애정이 담긴 진심 어린 잔소리를 한다면? 아마도 새롭게 출발하는 대통령 역시 고마움을 가슴에 담고, 두고두고 감사한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게 될 것이다.

하숙집 주인 부부는 윤 당선인이 강릉지청으로 떠나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먼저 섭섭함이 들었단다. 그동안 정이 들었는데 떠난다니 섭섭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윤 당선인 역시 주인 부부를 앉혀놓고 넙죽 절을 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앞으로 5년 뒤다.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떠난다니 섭섭한 마음이 들고, 대통령 역시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인사하며 물러나는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 본다.
이호경 대영에코건설(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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