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정치인의 덕목, 대구는 왜 이런가?

  •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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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30   |  발행일 2022-03-30 제27면   |  수정 2022-03-30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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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봄이 오고 있다. 어김이 없는 자연은 자신이 맡은 일을 조용하게 하고 있다. 우리도 자연을 보면서 자연스러움을 지녀야 그게 품위가 아닐까 싶다. 자연스러움에서 덕목들을 채집할 수 있을 것이다. 화창한 봄날, 수도 없이 묵언으로 말하는 자연은 요즘 우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구시장 후보로 많은 정치인이 나서고 있다. 면면을 보면서 이런 사람이 이번에 이런 이유로 나올 수 있는가, 의아심이 생기기도 한다. 정치인들이 그런 사람들 아닌가 하며 넘어가곤 했으나 너무 심한 것 같다. 그래도 기본 덕목은 구비해야 한다는 당위적 관점을 적용하면, 마치 대구시민은 안중에 없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정치인의 기본 덕목은 누구나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묵상하면서 "정치인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고, 부끄러운 언행을 삼가는 게 정치인의 덕목"이라고 설정하였다면 이 또한 의미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성인, 사상가, 철인, 학자, 정치인의 어록, 저술, 대담을 찾아보면 더욱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 맹자, 키케로, 아우렐리우스도 정치인의 덕목에 관해 명언들을 남겼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 3가지를 정치인의 덕목으로 언명했다. 헬무트 슈미트는 '이성, 책임감, 소명의식'을 덕목으로 개진했다. 행자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이근식(1946~ )은 '정직, 성실, 겸손, 사랑' 4가지를 피력했다. 누구든 상식과 평범성을 통해 덕목의 범주를 상정하고 실제로 이를 대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선에서 3선을 향해 달리는 현 대구시장은(시민들의 여론은 감안하지 않는다) 출마를 앞두고 대통령 당선인과 자신이 '깐부(친한 친구)'사이라며 차기 대구시장은 대통령과 깐부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알려진 바 인연이라고는 작년 3월 대구지검과 고검을 찾은 당시 검찰총장에게 대구시장으로서 꽃다발을 전한 것 정도인 것 같다. 이럴 때도 '깐부'라는 관계어를 사용해도 되는지, 무리라고 보여진다. 동고동락한 깐부였더라도 점잖지 못하다.

홍준표 의원은 경력이 화려하다. 제15·16·17·18대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제35·36대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2017년 제19대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를 지냈다.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냈다. 현재 제21대 국민의힘 대구 수성을 현역 국회의원이다. 해볼 건 다해본 것 같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대구에서 중·고를 졸업하고 고대 법대를 다녔고 고시합격하여 검사생활을 한 홍 의원이 임기 중에 또 대구시장으로 갈아타려는 것은 그의 말대로 '하방(下放)'이 아니라 덕목의 '방기(放棄)'에 속한다. 겸손과 배려의 덕목을 되새길 일이다.

국민의힘의 한 최고위원은 경북도 내에서 제17·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룰 선정과정에서 당 대표와 진실공방 논란을 빚고 있다. 정직, 성실과 같은 덕목이 필요해 보인다. 이밖에 다른 후보들의 덕목도 살펴봐야 한다. 유권자들의 업(業)이다. 이기심, 출세지향, 기회주의, 거짓, 후안무치와 같은 허물은 안 된다.

자연은 말하지 않지만 초목에 꽃을 피우면서 무언으로 본을 보인다. 대구에도 봄이 와야 한다.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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