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의 부활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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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1   |  발행일 2022-04-01 제22면   |  수정 2022-04-01 07:16
지금의 부동산 가격폭등은
공급부족으로 생긴 것 아냐
투기적 가수요때문에 발생
시장만능주의가 아니라
정부가 개입 정상화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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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정도가 지나침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18세기 후반 애덤 스미스가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을 강조하는 자유방임주의를 역설한 이래 시장주의는 경제학의 절대선으로 떠올랐다. 시장이라는 무대에서 모든 경제주체가 마음껏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익이 되므로 쓸데없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보는 사상이다. 스미스 이후 경제학은 이 사상이 진리에 가깝다는 것을 정교하게 증명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시장이 정상적인 혹은 이상적인 시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이 비정상적인 경우, 그대로 방임하면 사회 전체의 이익이 최대가 될 수 없다. 그런 시장에서는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고 다수는 가난해지는 불평등이 심화되기도 쉽다. 그래서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을 정상화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시장주의'다. 하지만 오늘날 자칭 시장주의자 가운데 이 전제조건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의 시장이 어떤 상태이건 정부는 개입하지 말고 시장이 실현하는 결과를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주장한다. 과유불급의 전형이다. 여기에 시장만능주의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에서 시장만능주의가 특히 활개를 치는 곳은 부동산 분야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1990년대 초반에 출현하여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크게 성장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서 다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언론에는 시장만능주의의 세례를 받은 부동산 기사가 넘쳐나고, 여야 정치인 중에도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를 내면화한 사람들이 많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투기가 일어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더라도 방임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또 부동산 시장의 모든 문제가 공급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공급부족론 내지 공급확대론을 피력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재건축 규제 등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들은 부동산 조세 특히 보유세를 활용하여 투기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을 혐오한다. 이런 경향은 요즘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세금폭탄론'의 진원이다.

부동산 시장만능주의는 이론이라기보다는 특정 계층의 이해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에 가깝다. 투기를 정당화함으로써 투기꾼을 옹호하고, 공급확대론으로 토건업자를 옹호하며, 보유세 무용론으로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옹호한다. 투기꾼, 토건업자, 부동산 과다 보유자 중에는 지대추구자들이 많은데, 이들의 지대추구 행위는 효율성과 형평성을 저해한다.

부동산 시장은 시장의 자기조절기능이 작동하는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해서 시장을 정상화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불가피하다. 부동산 가격폭등은 기본적으로 투기적 가수요 때문에 발생한다. 공급은 가격폭등의 촉발 요인이 아니다. 작금의 가격폭등이 공급 부족에서 생긴 것이 아님은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부동산보유세, 특히 토지보유세가 최선의 세금임은 저명 경제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한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만능주의 쪽으로 흐를 것 같아서 걱정이다. 주요 포스트에 시장만능주의자의 얼굴이 보이고, 정책 공약에도 시장만능주의적인 내용이 많다. 투기를 잠재울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세를 지속시켜야 할 시기에 시장만능주의가 전면화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은가.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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