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태의 제3의 눈] 타이, 망고 열풍이 분다

  •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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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2   |  발행일 2022-04-22 제22면   |  수정 2022-04-22 07:15
태국 10대 래퍼 미국공연서
'마무앙' 선보인후 판매 급증
가게마다 긴 줄 주문량 폭증
이제 관광 문도 열렸으니
현지에 간다면 맘껏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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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 전문기자

오늘은 열대 과일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타이말로 '마무앙'이란 게 있다. 한국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망고다. 요즘이 제철이고 1㎏에 1천원쯤 하는 흔한 과일인데, 느닷없이 며칠 전부터 열풍에 휩싸였다. 더 또렷이 말하자면 찹쌀밥에 망고를 얹고 코코넛 밀크를 곁들인 후식 '카오니야오 마무앙'이 이 열풍의 눈이다.

진원지는 밀리로 잘 알려진 타이 래퍼 다누파 카나티라꾼이 공연 끝자락에 이 카오니야오 마무앙을 먹은 캘리포니아의 코첼라밸리 음악예술축제 무대였다. 그게 지난 17일이었다. 곧장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 카오니야오 마무앙이 퍼지면서 난리가 났다. 카오니야오 마무앙 가게들 앞엔 줄이 이어졌고, 배달앱 라인맨엔 하루 주문량이 350%나 뛰었다. 그러자 총리 쁘라윳 짠오차가 "타이는 소프트 파워가 중요하다. 우리는 국제무대에 알릴 밑감이 널렸다"며 카오니야오 마무앙의 유네스코 등재를 입에 올려 바람을 키웠다. 다 좋은데 쁘라윳이 그동안 북돋아왔다는 그 '소프트 파워'의 정체를 똑 부러지게 아는 이가 정부에도 시민사회에도 없다는 게 문제다. 어렴풋이 문화의 산업화를 뜻하는 게 아닌가 헤아려왔을 뿐.

"소프트 파워란 게 마무앙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전통문화 연구자 스와니 쁘란다가 비꼬았듯이.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정작 소프트 파워를 대하는 쁘라윳의 속내다. 이번 열풍을 일으킨 밀리는 지난해 트위터에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책임을 총리에게 물은 죄로 벌금형을 받았다. 기껏 열여덟 살짜리 소녀 밀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던 자가 바로 쁘라윳이다. 여기서 더 긴 말이 필요 없을 듯.

게다가 쁘라윳이 말한 카오니야오 마무앙의 유네스코 등재란 건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을 가리킬 텐데, 떡 본 김에 제사 지내자는 꼴이다. 한마디로, 삼키면 없어지는 먹을거리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속하지 않는다. 김치가 좋은 본보기다.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오른 건 먹는 김치가 아니라 대물림해 온 지식과 관습이 어우러진 김장이라는 공동체 문화다.

견줘보자면 카오니야오 마무앙에서는 김장과 같은 공동체 전승문화의 특질을 찾기 힘들다. 더구나 한국 사람들 삶 속에 뿌리박은 김치와 달리 타이 사람들한테 카오니야오 마무앙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망고 철 주전부리에 가깝다. 이 카오니야오 마무앙이 요즘이야 상업적으로 널리 퍼졌지만 공동체 문화의 밑절미인 삶을 위한 절박함이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만약 타이 정부가 카오니야오 마무앙을 유네스코로 들고 간다면 국제적으로도 말썽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밥과 망고의 짝짓기는 버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흔한 일인데다, 망고의 원산지가 인디아, 방글라데시, 버마로 알려져 온 터라 편히 넘어가기 힘들 듯. '망고민족주의'가 날뛰지나 않을지 걱정스럽고. 한때 바틱(물들인 전통 천)을 놓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서로 내 것이라 우기며 다퉜듯이.

과일 이야기를 한다는 게 또 정치로 흐르고 말았는데, 마무앙 하나도 정치와 뗄 수 없는 게 시민들 삶이다 보니 저절로….

"요 며칠 마무앙 찾는 이들이 좀 늘긴 했지만 반짝하다 말겠지. 정부가 농사짓는 이들이나 파는 우리에게 제값 받을 수 있게 해주면 좋을 텐데." 우리 동네 마무앙 가게 할머니 말처럼. 어쨌든 이제 관광 문이 열렸으니 타이를 찾는다면 카오니야오 마무앙을 맘껏 즐기시길!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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