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교육개혁 없이 나라의 미래가 없다

  •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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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5   |  발행일 2022-04-25 제26면   |  수정 2022-04-25 07:12
사교육 의존·공교육 부실화
극심한 점수서열경쟁 교육
다양성과 창의성 기대 난망
4차산업혁명·창조경제 대비
인재육성 체계 대전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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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23조4천억원에 달했다.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5.5%, 사교육 참여자 기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8만5천원이다. 지난해부터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고 있지만, 국민은 세금으로 공교육비를 부담하고도 이중으로 많은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이 공교육을 믿지 못하고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교육 의존과 공교육 부실화의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고등학교는 대학입시를 위한 예비학교로만 존재하고, 대학입시는 정시와 수시로 치러진다. 정시는 점수서열경쟁으로 교육을 부실화시키고, 수시는 부모 찬스 등 공정성 시비를 낳고 있다.

정시는 객관식 시험 위주의 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국의 모든 대학과 모든 학과는 수능 점수로 서열화되고, 전국의 모든 수험생은 점수 서열경쟁을 한다. 객관식 정답 위주 교육에서 공교육은 사교육과 경쟁할 수 없다. 학원은 학교 수업에 앞서 선행교육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몰입하기 어렵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 중 떠들고, 졸고 하는 이른바 교실 파괴, 공교육 붕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이다. 수시는 내신성적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지만, 각종 경연 대회 입상 경력, 논문 실적 등 스펙이 중시되면서 사교육비 부담 가중, 부모 찬스 문제 등 공정성 시비를 낳고 있다.

객관식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은 암기 위주의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시험은 나의 지식이나 능력을 점검하여 개선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점수 서열 경쟁 사회에서 시험은 나의 능력 개발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로지 경쟁의 잣대로만 작용한다. 우리는 왜 학교에 가고, 교육을 받는가. 인격을 도야하고, 인생을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초적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점수 서열 경쟁 교육은 인격 형성을 어렵게 하고, 다양성과 창의성을 죽인다. 학생들이 시험을 위해 암기하는 지식은 스마트폰으로 몇 초 이내에 검색할 수 있고, 능력 개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사는 정형화된 지식을 수강생 전원에게 획일적으로 전달하고, 학생은 그것을 암기하고, 교사는 질문하고 학생은 답한다. 산업경제 시대에 형성된 X형 인재 육성 패러다임이다. 그러면서 창의 교육, 창의적 인재를 강조한다. 창의는 비판적 사고 능력에서 출발하고, 비판적 사고 능력은 정답을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여 질문을 잘하는 능력이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산업경제 시대가 저물고, 제4차 산업혁명·창조경제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 여전히 X형 인재 육성 패러다임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X형 인재는 괜찮은 일자리를 잡기 어렵고, 기업과 국가는 'X형 인재'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 두 번째 문제는 공교육이 부실화되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과중하고 교육 기회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사회계층 세습화와 출산율 저하 등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하다.

제4차 산업혁명·창조경제는 '창의적 지식'을 핵심 생산요소로 하므로, 창의적 사고능력과 혁신역량이 뛰어난 Y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이 사회 평등에 역기능이 아니라 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와 Y형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교육목표, 교육제도, 교육내용, 교육 방법을 모두 혁신하는 전면적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교육 개혁과 교육 정책의 주체는 교육부 주도에서 전문가, 교사, 학부모, 학생, 기업인, 정부가 참여하는 '교육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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