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청백리가 그립다

  •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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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7   |  발행일 2022-04-27 제27면   |  수정 2022-04-2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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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요즘 총리·장관 후보들을 보면서 측은한 생각이 든다. 지명을 한다고 덜렁 받는 것도 문제다. 그렇게 살아와도 장관감이 된다고 어떻게 자신하게 됐는지도 의아하다. 부끄러움을 알고 스스로 사퇴하는 것도 미덕이 될 수 있는데 청문회 끝까지 가겠다는 견고한 성정도 놀라울 정도다. 원인제공은 이들을 지명한 당선인이다. 당선인의 지명은 노골적, 즉흥적, 자기중심적으로 보인다. 개인이 아닌 국가 경영인데도 그러하다. 1기 내각 19명의 후보 중 친구·동문·선후배가 몇 명, 선거기간 중 만난 사람이 몇 명, 서울대·서울대 법대 출신이 몇 명, 어느 지역 몇 명, 남성 몇 명, 강남3구 주택보유 몇 명 식의 쏠림 때문만은 아니다. 객관성 공정성 등 타당한 기준이 결여된 점이다. 이런 조각으로 불리한 정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후보 대부분이 오랜 기간 공직에 종사했다. 평균재산이 40억이라는데 재산이 많을 수도 있다. 그중 세계 최초로 글로벌반도체소재를 개발해 거액의 특허료를 받은 서울공대 교수 후보의 재산이 160억이라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공직에 있으면서 공무와 이재의 양립은 어려울 텐데 주식·부동산에 상당한 역량을 기울인 후보도 있는 것 같다. 장마에 지붕이 헐어 비가 새는 방안에서 우산을 쓰고 빗물을 피하면서 부인에게 "우산이 없는 집은 어떻게 비를 피하겠나?" 걱정했다는 '우산 정승'의 일화도 있는데 부유한 사람이 없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검찰 최측근 지명도 예삿일은 아니다. 사건에 연루돼 있으면서 휴대폰 비밀번호를 2년이나 말하지 않은 검사장이 갈 자리는 아닌 것 같다. 국립대 의대교수 병원장 등을 하면서 아들과 딸을 같은 대학 의대에 학사편입시켜 의혹을 빚은 후보도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총리후보의 자격이다.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행시합격하여 경제부처에서 승승장구한 보기드문 수재다. 문민정부부터 이명박정부까지 특허청장, 경제수석, 국무조정실장, 재정부장관 부총리, 국무총리,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퇴직했다. 매우 화려하다. 그렇다면 퇴직 후에는 조용히 후진들을 위해 '목민심서'를 집필하여 귀감이 됐으면 좋으련만…. 로펌이 고액의 자문료를 제시하더라도 고위공직자의 품위를 생각해서 단호하게 거절했으면 좋으련만…. 실제로 장관 연봉의 20배를 제안해도 거절한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2012년 주미대사 이후 바로 무역협회장에 취임하여 3년간 23억5천만원, 2017~21년 김앤장 고문을 맡아 4년간 18억원을 받았다. 로펌이 계산 없이 예우차원에서 모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로펌에서 다시 공직의 수장에 앉는다는 것은 논리로는 설득이 어려울 것 같다. 일부 언론은 납세· 부동산 자료제출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총리→로펌→총리→로펌' 꽃놀이패를 허용하는 나라여야 할 것인가. 수재인 자신도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맹자의 말씀도 알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할 때 부끄러워해야 한다. 만약? 그가 어떤 혜안을 제시하더라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억원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공인의 자격은 상실됐다. 로펌 고문과 사외이사 경력의 다른 후보들도 사실은 기막히는 지명이다.

당선인의 임기는 5년이다. 금세 간다. 국정을 책임진 이상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객관성 공정성에다 참신성 청렴성이 취약하다면 끝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려된다. 청백리가 그립다.
유영철 전 영남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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