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금수저 특혜에 성난 사람들

  •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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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9   |  발행일 2022-04-29 제22면   |  수정 2022-04-29 07:14
양극화 저성장 구조 속에서
공정이슈 민감한 젊은 세대
학업·취업 과정서 벌어지는
경쟁과 연관된 성적·논문 등
불공정 상징 '아빠찬스'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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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표절 문제로 자숙에 들어갔단 홍진영이 얼마 전 1년5개월 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연예인들의 일반적인 자숙기간이 1년 정도인데, 표절로 1년 반 가까이 쉬었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녀에게만 가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진영 논란은 인용 오류 정도의 표절 문제가 아니었다. 홍진영에겐 아버지 덕분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녀가 조선대에서 무역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아버지가 바로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였다. 이와 관련해 조선대 전 교수가 "홍진영씨의 부친이 같은 학교 교수라 입김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순히 논문 하나뿐만이 아니라 박사 학위를 받기까지의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선대 전 교수는 "학교에서 홍씨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가수 생활을 병행하는데 광주까지 자주 올 수 있었겠나"라고 주장했었는데, 이는 홍진영이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다는 의혹제기로 해석된다.

박사 학위엔 사회적 이득이 크다. 그걸 뻔히 알면서도 많은 사회인들이 박사에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박사 과정 이수에 소요되는 시간을 낼 수 없어서다. 만약 그 부분에 특혜를 받았다면 논문 표절과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관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런 의혹이 있고 마침 아버지가 해당 대학교 관련 학과 교수였기 때문에 대중은 아버지 특혜를 의심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요즘 젊은 세대에게 가장 민감한 문제 중의 하나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경쟁과 연관된 공정 이슈에 극히 민감하다. 학업에서 취업에 이르는 과정에 벌어지는 특혜에 대한 공분 사태가 그래서 잇따른다. 성적, 논문, 봉사활동, 인턴, 병역 등 각종 경력 문제다.

양극화 저성장 구조에서 젊은이들의 경쟁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누군가가 편법으로 특혜를 받았다면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좋은 자리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부당하게 그런 자리를 차지하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된다. 많은 젊은이들이 바로 자신에게 그런 피해가 닥친다고 여기면서 불공정 특혜 이슈에 감정이입한다. 그런 불공정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아빠찬스'다. 이래서 부모 잘 만난 금수저의 특혜 의혹에 인터넷이 들끓는다. 홍진영 사건은 이 이슈와 연결됐다.

탤런트 조혜정 복귀 논란도 그렇다. 조재현의 딸인 조혜정이 아버지 미투 논란으로 5년을 쉬다 복귀했는데 사람들이 비난했다. 그러자 너무 가혹한 연좌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렇게 대중 정서가 악화된 것도 금수저 문제였다.

조혜정은 가족예능에 아버지와 함께 등장해 이름을 알리고 배우가 됐다. 요즘 연예인 고시라고 할 정도로 연예인 열풍이 뜨겁다. 연예인이 성공의 길로 인식된다. 그래서 연예인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그렇게 연예인이 됐어도 이름을 알리는 게 또 하늘의 별따기다. 무명배우들이 넘쳐난다. 그들에게 예능에서 주목받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조혜정은 아버지 덕분에 예능에 출연해 한순간에 이름을 알리고 배우가 됐다. 연예인 고시 패스다.

아버지 특혜를 받은 것이 대중이 그녀에게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는 이유다. 조혜정이 만약 하정우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스타가 됐다면 대중의 시각이 크게 달랐을 것이다. 이렇게 홍진영, 조혜정 논란이 커진 배경에 모두 아빠찬스 문제가 있었다. 부모 혜택으로 특별한 길을 갔다면 나중에 특별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날이 닥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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