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침체기 주택공급 확대 정책의 위험성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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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9   |  발행일 2022-04-29 제22면   |  수정 2022-04-29 07:13
부동산 거품 형성과 붕괴는
전세계 괴롭히는 경제현상
각국 전문가 방책찾기 고심
거품으로 가격폭락 안되게
선진국과 정책보조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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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작년 말까지만 해도 도무지 사그라들 것 같지 않았던 부동산 투기 열풍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잦아들고 있다. 아파트값 상승률은 급락했고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아 매물이 쌓이고 있다. 실거래 가격이 수억 원 떨어졌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마침내 시장 상황이 역전되었다고 진단한다. 시장 활황기가 8년 정도 지속했으니 침체기도 상당히 오래갈 듯하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마련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향후 수년간 본격적으로 추진되게 생겼다는 점이다. 시장이 침체하는 상황에서 공급물량이 쏟아진다면 가격은 하향 안정화를 넘어서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시행되지 않더라도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있다. 공급확대 정책은 이 가능성을 증폭시킬 터이므로 위험한 정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주택공급 확대 정책은 부동산 투기를 잠재울 수 있는 정책이 아니었다. 이 정책의 배경에는 부동산 가격폭등의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는 잘못된 진단이 자리한다. 물론 가격상승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때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수요가 팽창해서 발생할 수도 있고 공급이 부진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값 폭등은 분명 수요 팽창으로 인해 발생했다. 유례없는 유동성 과잉과 부동산 세제의 결함, 그리고 투기꾼들에게 꽃길을 깔아준 임대사업 등록제도 등이 결합하여 투기수요를 자극한 것이다. 한편 주택공급은 부진하기는커녕 오히려 활발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수도권에서 공급된 아파트 물량이 노무현 정부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는 사실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한 마디로 부동산값을 폭등시킨 촉발 요인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에 있었다.

원인 진단이 틀리면 처방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간이 탈이 난 환자에게 신장 질환 치료제를 투여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환자의 간은 치료받기 전보다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오류는 투기수요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20년 이후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하고 최근에는 제법 강한 대출 규제 정책을 펼쳤지만, 이미 부동산값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갑자기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안개와도 같은 투기수요에 공급을 맞춘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지금은 도무지 꺼질 것 같지 않던 투기 열풍이 잦아드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되지만, 시장의 자기조절 기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다.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펼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불문가지다. 항간에 알려진 바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는 공급확대 정책에 적극적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를 능가하는 주택공급 확대를 공약했다.

'부동산 거품의 형성과 붕괴'는 전 세계 여러 국가를 괴롭히는 경제현상이다. 여러 선진국 정부의 정책입안자와 경제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완화할 방책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애초에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대처하고 거품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것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하는 일이 관건이다. 한국 정부도 여러 선진국 정부와 정책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세계적 조류를 따르기는커녕 도리어 침체기에 가격폭락을 초래할 정책을 그대로 밀고 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철회 대상 공약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택공급 확대 정책이 1번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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