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범의 피플] 견제와 균형 사이…79억명의 삶을 움직이는 글로벌 슈퍼파워 3人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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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4   |  발행일 2022-05-04 제14면   |  수정 2022-05-04 07:51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에 따르면 4월30일 현재 세계 인구는 79억4천300만명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 인구(5천100만명)의 155배가 넘는 사람들이 지구에서 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79억4천300만명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인물이 단 3명이라는 데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79억4천300만명을 흔드는 바이든, 시진핑, 푸틴의 개인 운명도 눈길을 끈다. 바이든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고, 시진핑은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 대회(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에 도전한다. 초강대국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푸틴은 서방국가로부터 '전범'으로 낙인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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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초강대국 재건을 노리다
국민 '강한 러시아' 지지 바탕 장기집권
체첸·조지아 이어 우크라 '세번째 침공'
'전범' 비판에도 국내 지지율 80% 견고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수군사작전'이라고 했던 푸틴 대통령이 전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 몇 주 내에 국가총동원령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5월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에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신나치주의자 척결을 목표로 한 특수군사작전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계획은 빗나갔다. 2~3일 내로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내려고 했지만,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두 달 넘게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정황이 나오며 서방으로부터 '전범'이라는 비난도 듣고 있다.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푸틴은 소련 스탈린 이후 최장수 크렘린 지도자이다. 2020년 헌법을 개정, 2036년까지 집권하는 길을 열었다. 1999년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의해 총리로 발탁된 푸틴은 이듬해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총리와 대통령을 오가며 20년 넘게 러시아를 통치하고 있다. 푸틴의 장기집권 비결은 냉전 시절의 '강한 러시아'를 그리워하는 러시아 국민의 지지가 바탕이 됐다. 소련의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표현했던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에도 3차례나 무력행사를 감행했다. 2차 체첸전쟁을 통해 체첸공화국을 초토화시켰고,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해 닷새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다. 전쟁 때마다 푸틴의 지지율은 치솟았다. 크림반도 병합 당시 60%대이던 푸틴의 지지율은 80% 이상으로 급등했고, 조지아 침공 당시에는 88%를 찍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금도 푸틴의 지지율은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점령 여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가 결사 항전의 의지를 보이는 데다 서방 국가들의 군사 지원도 시작되면서 현재 교착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까지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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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리더십 시험대에 오르다
우크라 해법·에너지戰 대응 골머리
41년만의 최악 인플레도 '발등의 불'
지지율 하락 속 11월 중간선거 위기론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을 당시 유럽을 비롯한 많은 국가 지도자들이 "미국이 다시 돌아왔다"며 환영을 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경험한 세계는 동맹 회복의 기대를 나타냈다. 바이든도 대선 후보 시절 '나라의 영혼을 위한 전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트럼프의 일방적인 외교 노선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동맹 회복을 통해 '초강대국' 미국의 품격과 가치를 지키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신흥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포함됐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인도를 포섭해 쿼드를 만들었다. 쿼드는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비공식 안보회의체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인도와 미국의 태도이다. 인도는 '어느 국가라도 러시아를 지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미국의 으름장을 무시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를 싼 가격에 들여오기로 합의했고, 거래시스템을 '달러'가 아닌 '루피-루블'로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공개 지원에도 미국은 인도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중국 때문이다. 강성용 교수(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는 한 유튜브 프로그램에 출연, "미국은 중국과 인도가 손잡고 맞서는 경우를 피하려고 한다. 중국과 인도의 인구를 합치면 28억명이 넘는데 인도마저 적으로 돌아서면 미국은 곤란한 지경이 된다"고 했다.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고 있는 미국의 최대 과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발등의 불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5%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은 물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4월1~19일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1%였다.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상·하원에서의 과반 의석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폭스뉴스 기자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중간선거에 부담이 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자,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작은 목소리로 "멍청한 XX"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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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제2의 마오쩌둥을 꿈꾸다
3연임→15년 이상 최장 집권 길 열어
상하이 이어 수도 베이징도 준봉쇄령
제로코로나發 경제 低성장 '진퇴양난'


요즘 중국의 관심은 온통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에 쏠려 있다. 지난달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 광시좡족자치구 대표 대회가 참석자 666표 만장일치로 시 주석을 가을에 열리는 20차 당 대회에 참석할 대표(대의원)로 선출했다고 보도했다. "위대한 부흥의 영도자"라는 표현도 썼다. 2018년 중국 입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헌법에서 '국가주석직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면서 시 주석의 초장기 집권 토대가 마련됐다.

지난해 11월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선 40년 만에 '역사결의'가 채택되기도 했다. 역사결의의 등장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기에 이어 세 번째다.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 마오쩌둥 이후 처음으로 15년 이상 집권하는 지도자가 된다. 중국은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사상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알고리즘 기반 뉴스 사이트 토우티아오와 동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은 공산당이 공인한 역사 서술에 도전하는 이른바 '역사 허무주의'를 내포한 게시물을 신고하라는 공지를 발표했다. 신고 대상은 당과 국가, 군의 역사와 관련한 민감한 주제에 대한 도발적인 논의, 마르크스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에 대한 비판, 당의 역사와 개혁·개방 정책을 둘러싼 논쟁, 당과 정부 지도자를 비방하는 내용, 공산당사(史)에 대한 패러디, 공식 역사 서술에 등장하는 '악당'에 대한 미화 등이다.

시 주석의 3연임 가도의 복병은 코로나19이다. 인구 2천500만명의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는 지난 3월 말부터 봉쇄되고 있다. 또 베이징시는 1~4일 식당에서의 식사를 금지하고 배달만 허용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시 주석의 최대 지적으로 꼽힌다. 제20차 당대회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부작용으로 경제 성장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게 변수다. 시 주석도 경제 성장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논설위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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