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를 배우는 법…체계적 영화 교육 원한다면…렛츠고 '대구영화학교'

  • 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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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6   |  발행일 2022-05-06 제39면   |  수정 2022-05-0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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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배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기본은 영화를 보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그리고 좋은 영화들을 보고 또 보는 것이다. 보는 과정을 통해 영화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체득하게 된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 감독인 프랑수와 트뤼포는 '내 인생의 영화들'이라는 책에서 영화에 빠지는 3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 번째 단계는 많은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나는 극장을 나설 때 감독의 이름을 적어두기 시작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 나는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내가 감독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은 프랑수와 트뤼포의 이 말을 재구성해,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세 단계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 번째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트뤼포가 한 말이든, 정성일이 한 말이든 결국 그것이 말하고자 하는 함의는 같다. 영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보고, 그것에 대해 기록하고, 마침내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전문적 교육 위해 매해 12명만 선발
이달부터 제4기 신입생 접수 받아
6개월 과정 거쳐 지역 영화계 등 활동

프랑스 등 세계 각국서 무비스쿨 운영
한국선 'KAFA'가 국립영화학교 역할
한예종 영상원에도 영화지망생 몰려


영화는 '제7예술'이라고도 불리는데, 기존의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문학, 공연예술(무용, 연극) 등 다른 예술에 비해 그 역사가 가장 짧다. 짧은 기간임에도 영화는 고유의 영역을 구축하며 평생 배워야 할 학문이자 예술로 자리 잡았다. '영화수업'의 저자 알렉산더 맥켄드릭은 "당신이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기술을 알기까지 2주 정도면 충분하지만, 그 기교를 완벽하게 익히려면 평생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배움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기에, 세계 각국은 영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영화학교를 설립하고 새로운 영화인을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영화가 시작된 프랑스에는 국립영화학교 '페미스(Le Femis)'를 비롯해 기술 중심의 '루이-뤼미에르(ENS Louis-lumiere)', 영화 산업에 최적화된 교육을 목표로 하는 '에꼴 드 라 씨떼(Ecole de la cite)'등 다양한 영화학교가 존재한다. '페미스'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칸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했던 샐린 시아마 감독 등 작가주의 감독들을 배출해내고 있다. 졸업생들은 칸의 황금종려상, 베니스 황금사자상, 베를린의 황금곰상을 합쳐 10번 이상의 수상기록을 가지고 있다. 영국의 영화학교는 실습 위주의 교육으로 해당 산업 분야와의 긴밀한 연계 덕분에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국립 영화 및 텔레비전 학교(NFTS)'가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 중 총 4편을 연출한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이 이 학교 출신이다.

미국에는 '아메리칸 필름 인스티튜트 컨저버토리(AFI Conservatory)' '뉴욕 필름 아카데미(NYFA)'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더 아츠(CalArts)' 등 유명한 영화학교가 많이 있다. 그 중 AFI는 1969년 극영화인을 교육하기 위해 대학원 수준의 영화전문학교로 시작되었다. 현장실무와 체험학습 프로그램 위주로 영화 및 TV산업계의 거장들이 교수진으로 포진되어 있다. AFI 학생의 졸업작품은 칸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고 있다. '트윈 픽스'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을 연출한 데이비드 린치 감독과 '레퀴엠' '블랙스완' 등을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AFI 졸업생이다. 특히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재학생 시절 학교 지원금 1만달러로 장편영화 데뷔작인 '이레이저 헤드'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밖에 러시아,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는 영화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영화진흥위원회가 운영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가 국립영화학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는 1984년 당시 문화공보부의 영화진흥계획의 일환으로 출발하였다. 영화인 양성을 목적으로 했지만,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등을 앞둔 상황에서 이 행사들을 촬영하고 기록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였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지금까지 허진호, 봉준호, 장준환, 최동훈, 조성희 감독 등 수많은 영화인을 배출해내며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밖에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영상원과 대학교의 영화과를 통해 많은 영화지망생들이 영화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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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대구에는 '대구영화학교(Daegu Film School)'가 2019년부터 운영되어오고 있다. 당시 지역의 대학에는 영화과가 전무했고, 지역의 영화지망생들은 영화를 배우기 위해 서울 등 타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구영화학교가 시작되었다. 대구영화학교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해마다 12명의 소수만을 선발해, 약 6개월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연출·제작·촬영 전공의 영화 전문인력을 양성해 오고 있다. 대구영화학교 졸업생들은 전주국제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감독, 프로듀서, 촬영 스태프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지역 영화계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영화를 배우기 위해 영화학교를 간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영화학교와 같은 체계적인 교육만이 정답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많은 비전공자들이 영화를 만들고 있고, 인정을 받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많은 영화지망생들이 영화학교를 통해 동료를 얻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분야이기에 동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화를 배우고, 함께 할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영화학교는 그만큼 매력적이다. 영화를 시작하고자 하는 영화지망생이라면 꼭 그 문을 두르려보길 바란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대구영화학교 Daegu Film School'4기 신입생은 5월부터 모집하며, 교육과정은 6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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