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코로나를 이긴 백신

  •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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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3   |  발행일 2022-05-03 제23면   |  수정 2022-05-0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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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경북대 총장

작년 대비 여행 관련 서적 판매량이 올해 30%가량 늘고 신간 서적 출간도 44% 급증했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힘이 서서히 약화되면서 억눌려 있었던 우리 마음 속의 욕망이 분출되는 방증일 것이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욕망과 갇혀 있었던 만큼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욕망,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욕망들이 분출될 것이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코로나 팬데믹과 유사한 상황을 다룬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전염병의 전파와 이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갑작스러운 전염병의 전파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조용한 해안 도시 오랑은 외부와 단절되면서 공포가 휩쓴다.

소설 속 고립된 도시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죽음을 직면하고 절망과 싸워가는 사람들, 신이 내린 형벌이라며 신에게 의지하는 사람들, 재앙을 이용해 이 틈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공포와 절망이 지배하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며 운명을 개척하는 주인공 의사 리유는 페스트와의 싸움을 이어가는 개척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이제 지쳐 더 이상 싸움을 이어갈 힘조차 없는 상황에 이르러 전염병은 진정되고 소설은 끝을 맺는다.

소설에서 페스트가 종식된 것은 특별한 백신 때문도 아니었으며, 구세주처럼 등장한 영웅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흐르고 페스트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져갔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의지와 작은 투쟁만이 살아 있는 자들이 가진 백신이었다.

코로나 완전 종식이 아니라면 우리는 위드 코로나로 살아가야 한다. 공포와 고통의 시간 속으로 몰아넣었던 코로나도 시간이 지나면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그 위력을 잃고 사라져가고 있다. 소설처럼 우리의 현실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와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우리가 가진 진짜 백신이었다.

대구는 가장 먼저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온 세계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대구는 침착했고 차분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방호복을 입고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고 간호했던 의료진들, 외부의 도움 없이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들을 위해 기꺼이 자원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 묵묵히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의 지침대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일상을 이어갔던 시민들이 있었기에 잘 이겨내고 견딜 수 있었다. 그 흔한 사재기 현상 한번 없었던 우리의 시민정신은 칭찬받을 만하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지난 2년간의 경험과 고통은 비극적인 그림들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억과 어려움마저도 먼 훗날에는 아름다웠던 우리의 삶의 한 조각으로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면 밝고 확 트인 길이 나타나듯이 우리는 어둠의 긴 터널을 이제 빠져나왔다. 캠퍼스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긴 터널에서 빠져나왔음을 실감한다. 학생들의 환한 미소에서 삶에 대한 의지와 행복에 대한 욕망이 읽힌다.

모두에게 서로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자. 잘 견뎌왔다고. 잘 이겼다고. 이제는 억눌렸던 우리 안의 욕망을 표출해도 괜찮다고. 단 지금껏 그랬듯이 주위 사람들과 약자들을 배려하면서.
홍원화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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