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안보와 평화 균형정책 준비해야

  • 김정수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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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4   |  발행일 2022-05-04 제27면   |  수정 2022-05-0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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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대구대 교수

새 정부 출범으로 대북정책에서 큰 변화가 예견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에 대해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 '남북관계 정상화'를 표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유화정책'으로 북한에 끌려다녔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용을 앞세우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성과를 얻으려면 지난 5년뿐만 아니라 2000년 이후의 대북정책을 두루 살피면서 안보와 평화를 균형 있게 설계해 나가야 한다.

남한의 안보와 외교에는 진영 논리가 절대적으로 적용되지 않았다. 진보 정부에서도 안보에 힘을 쏟았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연평균 6.5%로 이명박 정부 5.3%, 박근혜 정부 4.0%보다 오히려 높았다. 보수 정부에서 한미동맹이 원만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미국은 남북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에 한반도 긴장 해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미국의 제안을 거부하자 미국은 2만여 명의 주한미군을 감축했다. 박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1972년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될 수 있었다.

새 정부는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를 위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국민 공감대 형성이 첫 단추다. 국민이 분열되면 북한 설득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상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사진 설계에는 다음과 같은 로드맵이 필요하다. 첫 단계에서는 안보에 대한 국민 불안을 덜어주어야 한다. 일부 국민들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언급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 새 정부는 현재 상황을 관리하고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평화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평화는 지키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결이 좋은 본보기다. 이스라엘이 힘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압도하지만 평화정착에는 실패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남한이 군사력 증강으로만 대응하면 북한은 핵무력 강화로 나와 지금보다 더 위태로운 '안보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2단계에서 새 정부는 북한과 관계를 어떻게 회복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만한 새로운 접근법 발굴도 새 정부의 몫이다. 이를테면 가칭 '대북 인도협력 원칙'을 제안한다. 여기에는 북한의 자연재해, 식량부족, 그리고 보건협력 등에 관한 협력방안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무상으로 지원하는 규모와 차관으로 지원하는 규모도 원칙에 담겨야 할 내용이다. 이러한 원칙이 만들어지면 진보진영도 수용할 것이다. 노태우 정부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마련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화구축을 장기적으로는 준비해 나가야 한다. 평화구축은 남북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신뢰는 사회문화공동체를 만들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광범위한 남북교류협력을 통해 가능하다. 남북한 교류협력의 확대는 경제공동체 형성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지혜와 전략도 중요하다.

지난 정부들의 대북정책을 큰 틀에서 보면 진보 정부에서는 남남갈등이 심화되었고, 보수 정부에서는 남북갈등이 격화되었다. 보수 진영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된 새 정부는 남북갈등 관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평화 만들기에 큰 성과를 이루는 '관계 맺기'에도 최선을 다해주기를 희망한다.
김정수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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