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5월의 장미

  • 류성걸 국회의원
  • |
  • 입력 2022-05-09   |  발행일 2022-05-09 제25면   |  수정 2022-05-09 07:11

2022050801000235600009391
류성걸 국회의원 (국민의힘)

해마다 5월이 되면 접시꽃, 찔레꽃, 때죽나무꽃, 이팝나무꽃, 라일락 등 온갖 꽃들의 향연이 벌어진다. 계절적으로 보면, 지금이 대구에 한더위가 오기 전 향긋한 봄바람을 느끼며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때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은 매우 달랐지만, 올해 5월은 각종 행사가 참 많은 가정의 달이 될 것 같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에 가족의 생일이나 제사까지 있으면 한 달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것이다. 올해는 20대 대통령 취임식과 6월 지방선거 운동 기간까지 포함되어 있어 필자와 같은 정치인들은 더욱더 바쁜 한 달이 될 것 같다.

5월의 꽃 중에서 장미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장미는 특유의 아름다움과 진한 향기 때문에 관상용과 향료용으로 재배되다가 개량 원예종까지 2만5천 종이나 개발되었고, 현존하는 것은 7천 종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서아시아에서 유럽지역에 걸쳐 자연교잡에 의한 변종이 많이 생겨났고, 르네상스 시대 이후에는 주로 유럽 남부에서 많이 재배되다가 전 세계로 널리 퍼진 것이다.

유럽의 역사에서도 장미는 빼놓을 수 없다. 중세 유럽 왕가(王家)들은 가문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문장(紋章)을 사용했는데, 잉글랜드의 랭커스터 왕가의 문장은 붉은 장미였고, 요크 왕가의 문장은 흰 장미였다. 잉글랜드는 프랑스와의 백년전쟁 후 심한 왕권 분쟁을 겪게 된다. 프랑스가 백년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잉글랜드의 왕권이 많이 약화하였기 때문이다. 이 왕권 분쟁의 중심에는 색깔이 다른 장미 문장을 쓰는 랭커스터 왕가와 요크 왕가가 있었다. 모두 에드워드 3세의 후손이다. 누가 왕위를 계승할 것인가를 두고 1455년부터 1487년까지 각축을 벌이던 이 두 왕가의 전쟁은 그들을 상징하던 장미 문장에 빗대어 붉은 장미와 흰 장미의 전쟁, 이른바 장미전쟁으로 불린다. 섭정인 삼촌이 전임 왕인 조카를 런던탑에 유폐하고 살해하는 '영국판 단종애사'도 이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런 장미전쟁의 역사는 현재 잉글랜드 축구 구단의 경쟁자 관계를 '로즈 라이벌리(Roses Rivalry)'라고 칭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랭커셔주가 연고인 맨유의 유니폼은 붉은색, 요크셔주가 연고인 리즈는 흰색 유니폼이니, 이 둘의 경쟁도 장미와 관련하여 표현하고 있다.

장미전쟁은 결국 랭커스터 왕가의 헨리 튜더가 승리함으로써 끝나게 된다. 하지만 헨리는 붉은 장미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두 집안의 상징인 붉은 장미와 흰 장미를 합한 '결합 장미 문장'을 왕가의 새로운 상징으로 채택하였고, 헨리 7세로 왕위에 등극하면서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권을 가진 튜더 왕조의 새 시대를 열었다.

며칠 뒤 5월12일과 13일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선관위에 후보 등록하는 날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많은 이들이 등록하고 각자 나름의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유권자의 선택을 호소한다. 장미전쟁이 두 집안의 결합으로 끝이 난 것처럼 이번 지방선거는 시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하되 그 결말은 모든 국민이 평안한 대한민국으로 귀착되기를 바란다.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후보자들과 시민 모두에게 5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어 행복하고 희망이 가득한 진정한 계절의 여왕이 되었으면 좋겠다.
류성걸 국회의원 (국민의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