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상 모든 엄마의 삶은 한편의 소설

  • 이윤숙 가톨릭푸름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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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09 18:18  |  수정 2022-05-1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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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숙 가톨릭푸름터 원장

요즘 예능프로그램의 '고딩엄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등장하는 남녀학생의 사랑, 그로 인한 임신 갈등과 우여곡절 끝에 생명을 지키기로 선택한 그들에 대해 시청자들의 여러 가지 다양한 시선들을 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 '낙태하지 않고 지킨다는 것만이 책임감 있고 용기 있는 행동인가'라는 공격적인 질문을 한다면 나는 뭐라 대답할 수 있을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찾아온 '생명'이다. 그 생명이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가 지금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가야! 우리 다음에 만나"하고 스쳐 버릴 수 있는가.

생명은 누군가에게 기쁨과 환희로 축복받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에겐 걱정과 불안, 갈등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미혼모자 가족복지시설인 가톨릭푸름터에서는 예기치 않은 생명,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한 갈등과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청소년 미혼모와 혼인하지 않은 미혼의 임산부를 위해 작은 움직임으로 그들에게 따뜻하고 평화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새로운 생명, 막 잉태된 생명을 위한 편안한 집의 역할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을 준비한다는 것은 어느 누군가에게는 기대와 설렘이기도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두렵고 힘든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들을 위한, 지켜주는 집이 돼주려 한다. 모든 생명은 특별하고, 소중하며, 사랑스럽고 귀하다. 그래서 어떤 생명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다. 세상 어느 누가 선택해서 세상에 태어날 수 있으며, 어떤 생명을 세상 어느 누가 선택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원한다고 생명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누군가는 그토록 원하고 원하는 생명의 잉태가 누군가에게는 감추고 숨겨야 하는 생명이기도 하고, 많은 경우 쉽게 낙태를 생각하며 엄청난 갈등과 불안으로 걱정인 생명의 잉태이기도 하지만 잉태된 생명은 보호받아야 한다.

초록이 이렇게 눈부신 오월. 연둣빛이 찬란한 오월에 사회의 경제적, 정치적 논리의 잣대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생명의 가치와 존귀에 대해 멈추어 생각해본다.

잉태한 생명을 세상에 태어나게 열 달 동안 몸을 빌려 준 우리 엄마들의 삶은 한 편의 소설과 같은 삶이었고, 지금도 진행 중인 엄마들의 소설 같은 삶이리라. 각자의 수많은 사연과 이유를 갖고 있다.

누구나 엄마는 처음이다.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프다. 그러나 엄마다.

세상 모든 엄마의 삶은 한 편의 소설과 같다. "지우려고도 생각해봤는데 지우기엔 아기 심장 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돌더라고요."

이윤숙 <가톨릭푸름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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