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화의 자연과 환경] 천하무기물, 인간과 생물다양성

  • 정성화 경북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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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1   |  발행일 2022-05-11 제26면   |  수정 2022-05-11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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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화 (경북대 화학과 교수)

몇 년 전부터 국내외를 막론하고 꿀벌의 개체 수가 크게 감소한다는 우울한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또한 학술지 '네이처'지 4월의 한 논문에 따르면 현대식 농법에 따른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가 심한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곤충 개체와 종(種)의 수가 각각 49% 및 27% 감소하였다고 한다.

최근에 우리는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자주 듣게 되었다. 그 이유는 종 다양성이 낮은 생태계에서는 어느 한 종이 사라지면 그 종을 먹이로 하는 다른 종도 사라질 수 있어 생태계 평형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지만 반대인 생태계에서는 한 종이 사라져도 그 종의 포식자는 다른 종을 먹고 살 수 있으므로 생태계 평형이 잘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상에 생물이 나타난 이후 약 5억년 동안, 5회의 대멸종(생물종의 다양성이 지구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크게 빨리 감소하는 것)이 있었다. 과거의 대멸종의 원인은 소행성 충돌, 화산폭발, 기후나 해수면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생각되나 6차는 자연이 아닌 우리 인간 때문에 일어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한편, 신생대 초기인 팔레오세-에오세(약 5천600만년 전) 시기에는 매우 급격한 온도 변화가 17만년간 지속되었고 이를 '팔레오세-에오세 극열기(PETM)'라고 하는데 온실가스의 급격한 분출 등의 어떤 자연적인 원인으로 지구의 온도가 5~8℃ 올랐고 멸종이 일어났다고 한다. PETM 시기에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였지만, 100년에 0.04~0.12℃ 상승한 정도였다. 현재의 지구 온도는 21세기에 1~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니 현재의 온난화 속도는 PETM 멸종기보다 약 10~100배 빠른 셈이다. 현재 인간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전례가 없고 과거 온난화가 가장 심했던 시기보다 지금은 약 10~40배 정도 빠르게 배출되고 있으므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PETM의 멸종과 5차례의 대멸종을 뛰어넘는 재앙적인 멸종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지구를 살리자"라고 하는데 인류를 포함해 그 어떤 종이 사라져도 지구는 끄떡없을 것이다. 다만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체가 바뀔 뿐. 따라서 지구보다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 지구온난화와 환경 등을 생각해야 한다.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라는 뜻의 천하무기물(天下無棄物)이라는 논어에 나온 옛말을 생각하게 된다. 지구의 가장 큰 암적인 존재는 우리 사람들이고, 지구 혹은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이 천하무기물이 아닐까 한다.

경북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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