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광장] 自由, 그 철 지난 노래

  • 이재동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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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0   |  발행일 2022-05-20 제23면   |  수정 2022-05-2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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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는 우렁차고 힘이 있었다. 그는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말을 35번이나 외쳤다고 한다. 그저께의 5·18 기념사에서도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그 자체라고 말하였다. 1980년 5월의 정신이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에는 일응 동의하지만, 미래의 비전을 밝힌 취임사가 '자유'로 채워진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기만 하다.

자유라는 말이 가슴을 뛰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인 김수영이 노래하였듯이,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우리는 그 엄혹한 시절로부터 멀리 왔다. 국제적인 평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신체의 자유와 같은 인간의 기본권에서 뿐만이 아니라 언론·집회의 자유와 같은 정치적 자유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런 시대에 취임하는 대통령이 다시 자유를 높이 외치는 것은 시민의 권리를 말하기보다는 나라의 경제정책에서 국가의 간섭이 없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후보자 시절에 이미 최저임금제를 없애겠다고 공언하였듯이 경제에 대한 규제를 최대한 없애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이미 백 년 전에 미국에서 문제가 되었듯이, 어린 소년의 노동을 금지하거나 여성의 근로시간을 제한하거나 최저임금을 나라에서 강제하는 것 같은 사회적 입법은 기업과 노동자 사이의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 유효성을 두고 연방대법원에서 치열하게 다투어졌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권리들도 그 당시에는 기업인들과 가진 자들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것으로 주장되었고 그러한 우여곡절을 거쳐 확립되고 상식이 된 것이다.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은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참여하는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순수시장'을 신봉하지만 역사의 경험은 그것은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유시장에 국가가 개입하는 경제에 대한 규제가 다 나쁜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 나름의 목적이 있다. 그것은 환경 보호일 수도 있고 국토의 균형 발전일 수도 있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가치는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경제의 총량을 늘리는 성장보다 더 높은 가치일 수 있다.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총량을 키우면 결국은 그 혜택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돌아간다는 소위 '낙수(trickle-down)효과'를 내세웠지만 그런 일은 실제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개별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고 '체제 선택'을 하는 글로벌 기업을 생산하였고, 거대해진 금융자본은 부도덕한 경영으로 파산하면서 국가와 국민에 그 손해를 부담하게 만들었다. 부의 불균형은 더 심화되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과 세대 사이의 갈등은 더 커졌다.

새 대통령은 철 지난 노래인 '자유'보다는 이 시대에 더 절실한 가치를 말했어야 했다. 오히려 적용되지도 않는 헌법과 법률을 공부하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유신과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한 번이라도 우렁차게 '자유'를 외쳐야 하지 않았을까. 더워서 힘든데 애절하게 봄을 기다리는 노래를 듣는 것은 아무래도 좀 어색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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