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외인 홈 스틸'…삼성 '복덩이' 피렐라의 질주 계속된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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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9   |  발행일 2022-05-20 제18면   |  수정 2022-05-1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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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가 지난 1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9회 초 단독 홈 스틸에 성공한 뒤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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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가 18일 대전 한화전 3회 초 솔로 홈런을 날린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 외인 타자 호세 피렐라는 좀처럼 가만있지 않는다. 단순히 안타를 때리고도 1루에 곧장 멈추지 않고 2루를 노리는 제스처로 상대 수비수들을 괴롭힌다. 얼핏 보면 큰 의미 없는 행동이지만, 상대 실수를 끌어내기도 하고 빈틈이 보이면 언제든 베이스 하나를 더 옮겨가겠다는 준비된 자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피렐라가 한국프로야구(KBO) 역사에 획을 하나 더했다.

피렐라는 지난 1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쏠(SOL) KBO 리그 한화 이글스전 9회 초 고의4구를 얻어 1루를 밟았다. 앞서 9회 들어 강민호가 2타점 적시타로 3-3 동점을 맞추면서 삼성 타선이 기세를 높이자 한화 벤치는 강타자 피렐라를 걸렀다.

피렐라는 후속타자 구자욱의 안타에 2루로 이동했고, 오재일의 1타점 희생플라이에 3루 주자가 득점을 올리는 사이 피렐라가 3루에 안착했다. 3루 주자 리터치 관련 어필로 잠시 그라운드 분위기가 어수선했는데, 이 혼란을 틈타 피렐라는 홈을 훔쳤다. 이 득점은 팀의 5-3 역전승에 쐐기를 박았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여유를 갖고 3연속 탈삼진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번 홈 스틸은 시즌 1호이자 41년 역사 KBO 통산 38호일 정도로 드문 일이다. 단독 홈 스틸은 더 어렵다. 이를테면 주자가 1·3루에 있을 땐 홈 스틸이 조금은 쉽다. 1루 주자가 2루를 훔칠 때 포수가 2루에 승부를 걸고, 이때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들기에 판단을 내릴 여유나 송구가 되돌아오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단독 홈 스틸은 그야말로 뛰어난 센스와 주루 능력을 갖춰야만 시도할 수 있고,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 가장 최근 나온 단독 홈 스틸은 한국 야구 역대 최고의 꾀돌이 중 하나인 오재원(두산)이 지난 2019년 8월 28일 잠실 SK전 때다. 외인 선수의 단독 홈 스틸은 2005년 5월 11일 루벤 마테오(LG)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17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주루 센스 만으로는 피렐라의 진가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

이번 시즌 피렐라의 방망이는 KBO 리그를 폭격하는 중이다. 피렐라는 타율 0.399(153타수 61안타)로 압도적인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안타 숫자도 1위이고, 득점(31점) 역시 가장 많다. 장타율(0.614)과 출루율(0.471)도 리그에서 가장 높다. 홈런과 도루도 각각 6개씩 챙겼다.

베네수엘라에서 건너온 이 효자 용병의 에너지는 팀 전체 분위기를 뜨겁게 끌어올린다. 팀 타선이 침울할 땐 홈런 한 방과 투지 넘치는 주루 플레이로 흥을 돋운다. 벤치에서도 쉬지 않고 팀 동료들을 격려한다. 그렇기에 주장 김헌곤이 잠시 2군으로 내려갔던 동안 임시 주장을 맡았고, 허삼영 삼성 감독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울림을 주는 피렐라의 질주가 상승세의 삼성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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