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미국의 노천화장장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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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3   |  발행일 2022-05-23 제25면   |  수정 2022-05-2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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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미국 콜로라도주 크레스톤은 불교의 선원을 비롯한 여러 종교의 수도원이 있는 곳이다. 이 오지에 미국의 유일한 노천 화장장이 있다. 최근 미국인도 화장을 선호하여 화장 비율이 50%를 넘지만 노천 화장은 혐오한다. 이 화장터는 마을에서 약 6㎞쯤 떨어진 로키산맥이 보이는 곳에 있다. 생전에 신청을 해야 하는 공공시설로 10년 전에 만들어서 지금까지 약 70명을 화장했다. 허리 높이의 두 벽에는 시신을 얹도록 쇠살을 평평하게 박아 두었다.

지난 2월 타계한 필립 인카오씨는 본인 신청으로 이곳에서 화장을 하였다. 그는 루돌프 슈타이너의 사상을 평생토록 신봉한 의사였다. 그의 의학은 그 사상가의 인지학(人智學)에 근거를 둔 것으로 환자를 종합적·전인적으로 살펴 치료하는 일종의 대체의학이었다. 코로나 백신을 반대하는 극단적인 데가 있는가 하면 죽음은 인간에서 벗어나 환생하는 과정이라 믿는 신비한 데가 있었다.

그의 화장을 알리는 전단이 상점에 나붙었다. 장례는 대부분 자원봉사 단체가 대행했다. 장례 전날엔 시신을 수의로 싸고 장미로 꾸며 두었다가 장일에 나무 들것에 실어 픽업 차에 얹어 화장터로 옮겼다. 그곳엔 70여 명이 모였다. 자원봉사자가 종을 울려 장례의 시작을 알리고 피리를 불어 조문객을 펜스 안으로 행진케 했다. 들것에 실려 온 시신이 쇠살 위에 놓였다. 가족친지는 시신 위에 꽃이나 노간주나무 가지를 올려 하직인사를 하였다. 향을 피우고 장작을 시신 위에까지 채웠다. 목사와 가족이 향과 장작에 점화를 하여 불이 활활 타오르자 하프 연주를 하고 성가대가 조가를 불렀다. 이승의 한 사람이 죽어 연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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