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노벨문학상' 압둘라자크 구르나 소설 3권 국내 첫 출간

  • 백승운
  • |
  • 입력 2022-05-27   |  발행일 2022-05-27 제14면   |  수정 2022-05-27 07:50
억압·박해·디아스포라…식민지 국가의 왜곡된 삶

20220525_175910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탄자니아 출신 영국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4)의 소설 3권이 국내에 처음 출간됐다. 1994년 작 '낙원'과 2001년 작 '바닷가에서', 2020년 작 '그후의 삶'이다.

구르나는 1948년 영국 보호령이었던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섬에서 태어났다. 1964년 잔지바르 혁명으로 이슬람에 대한 박해가 거세지자 그와 가족은 영국으로 이주했다. 어린 나이에 이주를 겪어야 했던 그의 성장 배경은 작품의 근원이었다. 스물 한살 때부터 난민, 디아스포라, 식민지배와 탈식민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쓰며 총 10권의 소설로 펴냈다. 영국 켄트대 교수로 영어와 탈식민주의 문학을 가르치다가 2017년 퇴임했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소설 3권의 공통 키워드 역시 동아프리카, 전쟁, 식민지배, 이주가 주를 이룬다.

바닷가에서

낙원
문학동네/348쪽/1만5천원


서구 열강 패권경쟁·세계 1차 대전
소년의 눈을 통해 阿혼란상 묘사

'낙원'은 그의 4번째 장편소설이다. 부커상과 휫브레드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구르나 라는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가상 마을 카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두 살 소년 유수프의 성장기이자 비극적 사랑 이야기이다. 소설은 아버지의 빚 때문에 유수프가 부모와 이별하며 집을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이후 인도양 스와힐리 해안에서 탕가니카 호수와 콩고를 거치는 모험을 줄기로 삼는다. 그러면서 서구 열강의 식민지 경쟁과 1차 세계대전 등으로 동아프리카가 혼란에 빠지는 모습을 소년의 눈을 통해 묘사한다.

2022052501000801100032744

바닷가에서
문학동네/424쪽/1만6천원

영국 망명 두 남자의 재회와 회상
고국을 떠나야했던 작가경험 투영

'바닷가에서'는 어린 나이에 영국으로 떠나야 했던 작가의 경험이 투영된 작품이다. 이 때문에 개인사의 비극들이 주요하게 서술된다. 작품은 잔지바르섬 출신의 두 남성이 영국으로 망명 후 수십 년이 지나 영국의 바닷가 마을에서 운명처럼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순 다섯 나이에 망명길에 오른 살레 오마르와 그보다 30여 년 앞서 10대 때 영국으로 건너온 라티프가 이야기를 끌어간다. 시인 겸 문학교수로 나오는 라티프는 구르나의 이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인물이다. 원한과 악의로 얼룩진 두 가문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풀려가면서 이해와 연대가 가능해지는 지점을 그린다. 소설은 또 식민주의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식민 지배자들이 아프리카 사람들에 가한 차별과 식민지 교육의 비합리성이 작품 전체에 여실히 드러난다.

2022052501000801100032743

그후의 삶
문학동네/428쪽/1만1천원

전쟁의 상처 딛고 새로운 삶 개척
일제강점기 겪은 한국인 공감 불러


'그후의 삶'은 구르나가 2020년 발표한 최신작이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짚어낸다.

이야기는 1907년경 '독일령 동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저항과 반란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가는 전쟁과 점령의 혼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식민주의와 전쟁이 어떤 상흔을 남겼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받고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이 어떻게 살아남아 자신들의 삶을 되찾았는지를 날카로우면서도 공감 어린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일제의 식민 지배의 역사를 겪은 우리로서는 익숙하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승자의 관점이 아닌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작가의 시선으로 쓰였기에 문장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