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걸 교수의 오래된 미래 교육] 두개의 짐

  • 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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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3 07:15  |  수정 2022-06-13 07:24  |  발행일 2022-06-1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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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걸 대구교대 명예교수

예수는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태복음 11:28)"고 했다. 무거운 짐이란 무엇일까? 혹자는 선악과를 따먹은 원죄가 무거운 짐이라고도 하고 또 그 원죄로 인한 죽음을 무거운 짐이라고도 한다. 스웨덴 출신의 명상가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는 그의 저서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에서 두 개의 짐을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크고 무겁고 중요한 두 개의 짐을 지고 다니는데, 하나는 과거에 대한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생각이라고 하였다.

뇌과학자인 한나 모니어와 그의 친구 마르틴 게스만은 '기억은 미래로 향한다'에서 기억은 되돌아보는 능력일 뿐만 아니라 그보다 앞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을 내다 보는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기억은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경험을 새롭게 재처리하여 미래를 위해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기억은 우리의 현재 활동이 미래에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경험된 과거의 요소들을 재료로 삼아 가능한 미래 예측을 산출하는 미래 실험실이다.

우리의 두뇌는 인류가 영장류에서 분리되어 나온 후 99%의 삶을 살아온 구석기시대에 형성되었다. 구석기시대의 삶은 끊임없이 이동하며 사냥과 채취로 살아가는 삶이었기에 인류의 두뇌는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그렇기에 앞날을 알 수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불안을 느끼면서 행동 또한 경직된다. 실제로는 엄청난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척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결국 과거의 짐은 미래의 짐 속에 들어있는 셈이다.

과거에 대한 생각과 미래에 대한 생각이라는 두 개의 짐을 버리면 우리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현재에 더 충실할 수 있다. 우리가 완전한 몰입에 빠졌을 때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기민하게 주의를 집중하여 주위를 알아차릴 수 있다. 순간에 몰입할 줄 아는 사람들은 닥치지도 않은 온갖 일에 대응할 방법을 궁리하면서 혹시나 잘못될지도 모를 상황을 미리 염려하지 않는다. 삶을 뜻대로 휘두르려고 노력하는 것은 끊임없이 흐르는 물살을 맨손으로 붙잡으려는 것과 같다. 끊임없는 변화는 바로 자연의 속성이다.

미래에 대한 짐을 버린다는 것은 모든 일을 내가 다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삶에 내어 맡긴다는 것과 같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가 17년간의 수행을 통해 깨달은 진리는 책 제목과 같이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바로 무거운 짐을 버리고 삶에 내어 맡기는 출발점이 된다. 〈대구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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