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오멜라스의 아이

  •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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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3 07:14  |  수정 2022-06-13 07:22  |  발행일 2022-06-1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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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1학년 국어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김중혁의 '엇박자 D'를 읽고 있습니다. 엇박자 D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합창'에 남다른 열정을 내뿜는 학생입니다. 음치에 박치, 합창에는 절대 맞지 않는 '능력 부족'이지요. 급기야 '음악 선생'은 공연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서 엇박자 D에게 '소리를 내지 말고 입만 벙긋거리라'고 말합니다. '음악 선생'이 음치라 하기 전에는 자신이 음치라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엇박자 D는 음치라고 규정되는 '능력 부족'을 스스로 내면화합니다.

학교로 빗대어 드러나는 사회는 한 사람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심지어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소설은 엇박자 D를 음치라고 규정하고, 자진 사퇴까지 요구한 '음악 선생'을 통해 다름을 비정상적이라 말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을 공동체에서 배척합니다. 타인의 개성과 특성이 묵살당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은 합창반 친구들인 '우리들'도 동조자일 가능성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엇박자 D와 그가 불러 모은 음치들은 그들이 배척당했던 '합창'을 새로운 감동을 전달합니다. 심지어 엇박자 D는 공연 기획자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우리의 고정관념이 틀린 것이죠.

어슐러 K. 르 귄의 SF 단편 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다수의 소수에 대한 폭력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오멜라스는 모두가 행복과 즐거움을 누리는 유토피아 같은 도시입니다. 하지만 오멜라스의 주민들이 누리는 모든 즐거움에는 한 가지 조건이 따릅니다. 좁고 어두운 지하실 방에 갇힌 한 아이의 고통과 불행으로 인해 오멜라스의 행복은 만들어집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복, 도시의 아름다움, 그리고 자신들이 누리는 모든 것들이 한 아이의 끔찍한 고통을 담보로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민이 일정 나이가 되면,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입니다. 몇몇은 지하실의 아이를 직접 목격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고, 가슴 아파하며, 분노를 느끼지만 그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친절한 말 한마디라도 건넸다간 오멜라스의 행복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오멜라스의 '계약'입니다.

오멜라스의 시민들 대다수는 현실을 알아차리고 순응하는 길을 택합니다. 지금의 내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오멜라스를 떠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멜라스의 아름다운 관문을 통과해 혼자서 걸어나가 오멜라스를 떠나버리고, 결국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됩니다. 작가는 한 사회 전체가 누리는 풍요와 행복이 누군가의 고통을 담보함으로써만 가능하다는 현실을 씁쓸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오멜라스를 떠나는 것을 선택했던 소수의 시민들처럼 용기를 내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도요.

최근에 저는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수업량 유연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에 관한 교사 연수를 여러 곳에서 하고 있습니다. 모두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의미 있는 배움의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한 교사의 관심과 노력을 중시하는 교육 활동입니다. 또, 교사가 수업 시간에 가르치고 있는 지식이 학생들의 흥미나 관심을 고려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들의 학교에도 '엇박자 D'가 있을지 모릅니다. 자신의 개성이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힘들어 하고 있을 것입니다. '오멜라스의 아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능력에 미치지 못해 고통스러워 할 것입니다. 교사는 오멜라스의 행복이 파괴되더라도 고통받는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오멜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떠날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오멜라스를 바꿀 수 있습니다.

김언동 (경북대 사범대 부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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