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인이 존중받는 사회

  • 이영규 경산경찰서 경감
  • |
  • 입력 2022-07-01   |  발행일 2022-07-01 제20면   |  수정 2022-07-01 08:04

이영규
이영규(경산경찰서 경감)

노인이란 단순히 나이가 들어 육체적인 가치가 떨어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의 삶을 통해 체득한 다양한 지혜와 지식을 우리 사회와 가정을 위해 쓴다면 아무리 써도 써도 줄지 않는 화수분(貨水盆)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핵가족화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며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은 커졌지만, 정작 가족과 나라를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노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회의 짐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퍼져가고, 자식으로부터 버려지는 신(新) 고려장 노인,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받는 노인, 단칸방에서 고독사하는 노인 등 차마 입으로 내뱉기조차도 부끄러운 일들이 언론에 의해 보도되고 있다.

현재 경북도 내 고령 인구 비율이 23.1%를 차지하여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학대 신고도 2020년 497건(115명), 2021년 640건(13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속담이 있고, 아프리카에는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 그리고 중국에는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가 있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이 오랜 전쟁 끝에 고죽국을 정벌하고 돌아오다가 산중에서 길을 잃었으나 늙은 말을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가 길을 찾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는 일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무리 하찮은 짐승이라도 저마다 장점이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하물며 오랜 삶의 경험으로 습득된 노인들의 지식과 지혜의 가치를 그 어디에 비교할 수 있으랴.

'노인학대'라는 말이 거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더 이상 노인들이 사회의 눈총이나 자녀의 홀대 그리고 요양원이나 단칸방에서 홀로 외로움에 고통받는 일 없이 어르신으로 존경받는 사회풍토 조성을 위한 밑거름을 오늘 우리가 만들어 갔으면 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그때 우리의 모습은 어떠할까.

이영규(경산경찰서 경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