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르트만 작 '리모주 시장' |
러시아 5인조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작곡가로 평가된 이가 무소르그스키다. 그의 음악은 혁신적이고 대담한 전조(악곡에서 이미 진행되던 곡조를 다른 곡조로 바꾸는 것을 의미함), 기존의 전통적인 음악 형식을 벗어난 자유로움, 러시아 민요와 교회 선법을 바탕으로 한 선율, 불규칙한 리듬 사용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1839년 프스코프(Pskov)의 영주의 아들로 태어난 무소르그스키는 어릴 때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1856년 장교가 된 후에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보로딘을 만나고 그를 통해 발라키레프, 큐이, 다르고미시스키 등을 만나 작곡가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교향시 '민둥산의 하룻밤', 푸시킨의 희곡을 바탕으로 쓴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등을 발표하며 그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전람회의 그림'은 친구였던 화가 하르트만의 유작 전시회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이다. 무소르그스키와 하르트만은 스타소프가 소개해 만나게 되었고, 좋은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었다. 하지만 하르트만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적잖게 충격을 받았던 무소르그스키는 하르트만의 회화 작품뿐만 아니라 건축 설계 스케치, 공연 무대 디자인 등을 모아 유작 전시회를 열었다.
마치 하르트만이 이 전시회를 찾아와 작품들 사이를 걸어 다니는 듯한 모습을 담은 짧은 간주곡이 유명하다. 표제가 있는 10개의 작품 사이에 이 간주곡은 약간 형태를 바꾸어 가며 5번 반복된다. 그리고 10개의 작품은 각각 '난쟁이' '옛 성' '튈르리' '비들로' '달걀 껍질이 붙은 병아리의 춤'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쉬밀레' '리모주 시장' '죽음의 말로 죽은 자와 나누는 대화' '닭발 위의 오두막집' '키예프의 대문' 등의 제목을 갖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
하르트만이 생전에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봤던 중세 시대의 성을 그렸는데 그림 속에는 트루바두르(11~13세기 남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음유시인)가 류트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작곡가는 이 곡의 주제 선율에 시칠리안 리듬을 사용하여 이탈리아 배경의 음악임을 표현했고, 류트의 현을 튕겨 연주하는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짧은 스타카토로 연주하도록 곡을 완성했다.
이렇듯 무소르그스키는 미술 작품속의 이야기와 가장 유사한 음악적 요소를 찾아 표현하고자 했고 그 때문에 이 곡은 훨씬 더 독창적인 작품이 되었다. 그는 원래부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이 주고받는 잡담, 신화나 전설과 같은 소재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며, 러시아 농민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는 음악을 작곡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이미 민족주의를 넘어 사실주의적이다. 하르트만의 그림에서 프랑스 남서부 도시인 리모주의 시장 풍경, 시장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음악으로 묘사한 7번 곡 '리모주 시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서민적이고 평범한 소재에 비범하고 독창적인 음악 요소를 사용해 창조한 이 작품은 후대의 많은 작곡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위대한 작품이 되었다. 특히 프랑스의 작곡가 라벨은 이 곡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해 더욱 유명해졌다.
바이올리니스트, 다원예술그룹 ONENESS 대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