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금리인상 후폭풍이 두렵다

  • 박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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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7   |  발행일 2022-06-27 제27면   |  수정 2022-06-2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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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규 논설위원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서의 CEO(최고경영자) 제이미 다이먼은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겠다"고 최근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다이먼은 "연방준비제도(Fed)가 9조달러(약 1경1천600조원)라는 한 번도 겪지 못한 양적 긴축을 시작했다"며 "역사책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뭔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세대 동안 경험하지 못한 경제 지표들이 연일 쏟아진다. 지금 위기보다 닥칠 위기가 더 무섭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마치 폭풍전야 같다.

위기의 근원은 물가다. 각국은 물가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4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9%대로 34년 만에 가장 높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1년 만에 최고치다. 영국도 41년 만에, 캐나다는 39년 만에 가장 높다. 한국도 5.4%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우리나라 엥겔계수(가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와 경제고통지수(체감 물가상승률+실업률)가 각각 21년 만에 가장 높게 나왔다. 생필품 및 외식 물가가 치솟은 탓이다. 슈바베 계수(가계지출 중 주거비 비율)도 급등했다. 그만큼 국민 삶이 나빠졌다는 방증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낸다. 급등하는 물가를 잡는데 금리 인상만큼 효과적인 것은 아직 없다. 미국은 34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두 번 연속 가파르게 올렸지만 아직 기준금리는 1.5~1.75%.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기준금리가 4~7%는 돼야 한다는 연준 내부 자료가 공개돼 충격적이다.

미국 금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해외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우리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 한국은행 기준 금리는 1.75%. 미국이 7월 빅스텝이나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한 만큼 우리 역시 가파르게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껏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출 금리가 연 30~40%대에 이르던 IMF 외환위기의 망령이 떠오르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당시 하루 100여 개 기업이 도산하고,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졌다. 대우, 한보, 기아, 쌍용 등 공룡 그룹이 무너졌고, 은행과 증권·보험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살인적 금리를 못 견딘 탓이다.

최근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과 부채 증가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한계기업 도산과 가계 파산이 속출할 수 있다.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현 기준 금리에도 집값은 하락하고, 주식과 가상화폐는 폭락을 거듭한다. 이른바 '영끌족'과 '빚투족'의 비명이 들린다. 소득으로 이자 갚기에 급급한 '이자 푸어'도 늘어난다.

2020년 기준 한계기업 비중이 15.3%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다. 한은은 이들 기업의 부실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도산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최근 냈다. 지난 IMF 때와 2008년 금융위기가 주로 정부와 기업에 충격을 가져온 일시적 이슈라면 이번엔 부채나 대출이 많은 가계에 피해가 집중되는 장기적이고 구조적 위기다. 그만큼 처방이 어렵다. 그럼에도 위기에 강한 힘을 발휘하는 대한민국의 저력에 희망을 걸어본다. 그리고 믿고 싶다. '예고된 위기는 오지 않는다'는 말을.
박윤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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