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남한사람, 북한사람 그리고 대한민국 사람

  • 김정수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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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9   |  발행일 2022-06-29 제27면   |  수정 2022-06-29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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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대구대 교수

며칠 전 6·25전쟁 72주년이 지났다. 6·25전쟁의 기간은 약 3년이었지만 전쟁의 상흔은 깊고도 넓으며 오래도록 이어져 오고 있다. 인명과 재산의 손실만이 아니라 서로에게 치 떨리는 원한을 품게 됐다. 남한은 북한이 언제 또다시 침략해 올지 모르는 상대이며, 북한은 미국과 남한이 무차별 폭격에 대한 공포의 대상이 됐다. 남북은 6·25전쟁을 계기로 불신의 트라우마를 겪게 되었다.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어도 재생산되고 있다.

6·25전쟁을 계기로 한민족은 둘로 갈라섰다. 그냥 갈라선 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쪽은 '천사'인데 반대쪽은 '악마'로 낙인찍으며 70년 넘게 그렇게 살고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남북은 각각 '남한사람'과 '북한사람'의 전형을 끝없이 만들어내려는 분단체제를 구축해 왔다. 분단체제 속에서 남북은 서로에게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창끝을 상대의 가슴에 겨누고 있다.

남한사람들 가운데 남쪽 사회는 선이고 북쪽 사회는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젖어 있는 이들이 많다. 정말 남쪽 사회는 선이기만 할까? 탈북민들은 북한에 있었을 때는 배고픔에 두려웠고 중국에서는 공안에 체포될까 두려웠으며 남한사회에서는 차별이 두려웠다고 전한다. 그 가운데 가장 견디기 힘든 게 남한에서의 차가운 시선이었다고 말한다. 남한사회의 배타성은 노인빈곤율, 청년자살, 사회적 갈등, 양극화 등에서도 드러난다. 남한사회의 구성원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내적으로는 관용성을 키워나가야 하고, 외적으로는 남북한의 평화를 만들고 지켜나가야 한다. 남북 간의 충돌은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경제 탑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북한사람들도 선악의 이분법적인 인식은 남쪽사회와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심하다. 북한사회는 선이고 미국과 남한은 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6·25전쟁 당시 신천군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되는 3만5천여 명이 희생된 사건을 기리기 위해 황해도 신천에 박물관을 지어 조직 및 단체별로 견학하게 함으로써 반미감정을 내면화시키고 있다. 반미를 통한 북한사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정책이다. 북한이 유격대 국가건설과 반미제국주의 분쇄를 기치로 내걸면서 북한주민의 삶의 질은 희생되고 말았다. 북한은 생필품 부족, 에너지 부족, 식량 부족, 보건의료체계의 붕괴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더미 같다. 그럼에도 북한은 주민들의 삶은 제쳐두고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할 것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처럼 남한사람, 북한사람으로 갈라져 살아서는 우리 겨레의 장래에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희망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남북한 사람들의 결합이 필요하다. 남한사람들은 '포용적 마음'을, 북한사람들은 '유연적 시민성'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남북한은 변해야 한다. 남한사람이 먼저 변화해 보자. 그 방향은 대한민국 헌법에 있다. 헌법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한사람'이 '대한민국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은 구성원 모두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포용적 시민성'을 지녀야 한다. 대한민국 사람을 많이 육성하는 일은 남북한의 상생을 앞당기고 평화통일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길이다.
김정수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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