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의 한자마당] 도지사의 어원과 유래…'지사'는 불교서 온 말…일제 강점기 때 日 관직명칭 반영한 용어

  • 이경엽 한자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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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1   |  발행일 2022-07-01 제38면   |  수정 2022-07-0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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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이 중 선출된 광역단체장을 '시도지사'라 하는데, 이는 물론 시장과 도지사를 아울러 부르는 말이다. 시장이 무슨 뜻인지는 쉽게 알 수 있으나 도지사나 지사란 말뜻은 짐작하기도 어렵다. '지사'는 무슨 뜻일까?

조선 시대에 각 도에 파견된 지방 행정의 최고 책임자는 '관찰사(觀察使)'라 불렀다. 조선 각 도의 최고 책임자를 '도지사(道知事)'로 부른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9년부터다. 당시 일본의 지방 관직 명칭인 부지사(府知事)·현지사를 반영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일본은 도쿄도(東京都), 홋카이도(北海道), 오사카부(大阪府), 교토부(京都府)와 43개 현(縣)의 최고 행정책임자를 '지사(知事)'라 부르고 있다. 지사의 의미를 살피는데 관찰사에는 '使(하여금 사)', 지사에는 '事(일 사)'가 붙는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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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엽 한자연구가

지사(知事)란 산스크리트어 '카르마-다나'를 한자어로 번역한 것이다. 원래 절에서 재(齋)를 드리거나 절의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가리켜 '지사'라 하였다. 불교에서 카르마는 전세에 지은 악행이나 선행으로 말미암아 현세에서 받는 응보를 이르는 업(業)을, 다나는 절이나 승려 또는 가난한 이에게 돈이나 물품을 베푸는 보시(布施)나 시주(施主)를 뜻한다. 결국 '카르마 다나'란 자신의 행동과 노력으로 널리 많은 이를 위해 베푸는 사람을 가리킨다. 지사는 그런 직책인 모양이다.

지사가 나라의 관직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중국 송나라 때부터다. 조선 시대에도 물론 중추부의 일을 맡는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처럼 '지'와 '사'가 들어간 벼슬은 있었으나, 도의 책임자를 지사로 부른 것은 조선이 없어진 이후의 일이다.

관찰사를 달리 '감사(監司)·영감(營監)'이라고도 했다. 관찰사가 업무를 보던 관아를 '감영(監營)'이라 했기에 생긴 호칭이다.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란 속담이 있는데 이때 평안 감사를 평양 감사라 하면 잘못이다. 평양의 감사가 아니라 평안도의 감사이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평양에는 부윤(府尹)을 두었으나, 평안도 관찰사가 이를 겸하였으니 '평양 감사'로 혼동하기 쉬울 법도 하다. 영감(營監)도 정3품과 종2품의 관원을 일컫던 영감(令監)과는 글자가 다르다. 도백(道伯)이란 말은 비교적 최근까지 사용되었고 지금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도(道)의 우두머리(伯)'란 뜻이다. 중앙이 아닌 지방의 벼슬이므로 달리 '방백(方伯)'이라고도 불렀다.

한자어의 뜻을 제대로 알려면 한자를 살피며 공부하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이 아무래도 낱말의 뜻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기억하기도 쉽다. 역사와 관련된 낱말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쓰는 한자어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생을 잘 살펴봐야 하겠기에 '관찰사'로 했을 것이며, 많은 사람을 위해 행동으로 베풀어야 하므로 '지사'라 했을 것이다.

이번에 선출된 지사님들의 헌신과 노력이 좋은 도정으로 열매 맺기를 기대해 본다.

한자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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