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의 지혜

  • 류성걸 국회의원
  • |
  • 입력 2022-07-04   |  발행일 2022-07-04 제25면   |  수정 2022-07-04 06:45

2022070301000051600001981
류성걸 국회의원 (국민의힘)

모든 국민경제는 물가안정, 고용안정, 국제수지안정을 달성하길 원한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시달리고 있어 자칫 '3고 불황'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국민적 우려가 크다.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13년9개월 만에 최고치다. 앞으로 6%대를 예측하기도 한다. 이번 물가는 공급 측과 수요 측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문제가 더 복잡하다. 공급 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와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고,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수출을 제한함으로써 곡물 가격이 상승했다. 1970년대의 석유파동과 유사하다. 수요 측을 보면, 계속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각국은 금리를 낮추고 통화량을 늘리는 확장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추진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자산규모가 9조달러까지 늘었다. 그만큼 달러가 많이 풀렸다. 이처럼 공급과 수요 요인이 뒤섞여 지금 세계를 인플레이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인상 폭은 예상보다 컸다. 미국 연준(Fed)은 지난 6월16일 한꺼번에 0.75%포인트를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내디뎠다. 단기간에 1.75%까지 올랐다. 미 연준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침체를 감수하고 계속적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지금은 물가 잡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니 맞는 말이다. 한국은행도 큰걸음(big step)을 떼야 할 분위기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로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최근 1천300원을 넘긴 적도 있다. 과거 '3저 호황'이 좋은 시절이었다면, 이번의 '3고 시대'는 우리 경제와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는 어렵고 힘든 시기이다. 경제주체의 고통 수준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숫자로 나타내는 5월의 경제고통지수가 8.4로 최근 10년간 가장 높다.

이러한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가시적인 조치들이 연속 발표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은 외부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해결방법이 사실상 없어 경제주체 간에 그 고통을 분담하는 수밖에 없다. 예컨대 정부는 유류세를 낮추어서 세입감소의 부담을 지고, 정유사·주유소는 경영 혁신 등을 통해 일부 부담을 자체 흡수할 수도 있고 그 나머지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한다. 그런데 세금 인하분이 유류가격에 다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유류세 인하가 오히려 공급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관계 기관이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금융 당국의 역할이 요구된다. 기준금리가 인상되어 금융기관들이 여·수신 금리 조정 때에 예·대금리차를 축소하여 고통을 분담하기보다 오히려 더 확대하는 상황을 감독기관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정보가 비대칭적인 상황에 편승한 도덕적 해이 행태는 철저히 배격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책효과의 누수 현상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하겠다. 더 나아가 지금은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기이다.
류성걸 국회의원 (국민의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