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독재자들의 허세

  • 김신곤
  • |
  • 입력 2022-07-05   |  발행일 2022-07-05 제23면   |  수정 2022-07-05 06:53

독재자들은 종종 강인한 지도자상을 각인시키기 위해 미디어 노출로 대중조작(大衆操作·mass manipulation)을 한다. 가장 유치한 대중조작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퍼포먼스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상의를 벗고 선글라스를 낀 채 말을 타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곤 한다. 외국을 방문하면 유도복을 입고 상대를 업어치기 하는 장면도 연출한다. 김정은은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는 모습을 보이면서 백두혈통의 지도자상을 각인시킨다.

이들의 행동은 자국민에겐 강력한 지도자상을 심어주고, 상대국엔 "우리에게 대들면 좋지 않다"는 신호를 주는 일종의 위력과시 이벤트이다. 독재국가들이 거친 말로 상대국을 비난하는 것도 상대를 겁박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비슷한 행동이 자주 반복되면 효과가 반감된다. "또 쇼하네"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알프스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할 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꼬는 장면이 연출됐다.

존슨 영국 총리 등은 "우리 다 함께 재킷을 벗을까. 푸틴보다 더 터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웃통을 벗고 말을 타자"는 조롱이 나왔다. 독재자들의 자기과시 내면에는 불안과 약함을 상쇄하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한다. 그들이 최첨단 정찰위성에 포착되어 살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동선(動線)을 극비리에 부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자신의 신변보호에 지나치면 모든 것을 의심하는 편집증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화합과 안정이라는 공동번영의 장에 동참하는 열린 마인드가 아쉽다. 김신곤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