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를 위한 정당공천제인가

  • 유윤선 경산시 재향군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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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4   |  발행일 2022-07-06 제25면   |  수정 2022-07-04 16:10
유윤선
유윤선 경산시 재향군인회 회장


6.10 지방선거는 끝났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택에 온전히 지역의 민심을 반영하고 지역에 희망을 줄 수 있었는지 돌아봐야 할 과제로 남았다.

기초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은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래 제도적 변천을 거듭해왔다. 2002년 제4기 선거까지는 정당 공천이 배제되어 당선자 전체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었다. 하지만 2006년 제5기 선거부터 정당 공천이 적용되어 당선자 90.9%가 정당 공천자가 되었다. 기초단체장은 1995년 제 1기 선거부터 2010년 제5기 선거까지 정당 공천이 적용되어 당선자의 정당소속 비율이 87.0%였다. 정당 공천의 장점은 정치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정당이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검증하고, 지방 의정의 수준을 제고하는데 있다. 후보 중심의 선거로 인한 돈 선거의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무책임한 공약 남발을 제어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장점 뒤에 폐해는 심각하고 치명적이다.

공천과정의 폐해로는 공천비리, 사실상의 사천, 우수 인재와 정치신인의 진입 곤란으로 공천 불복이 반복되고 있다. 공직 활동의 폐해로는 정당의 차이로 인한 단체장과 의회 갈등, 국회의원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고 지역 이슈 소멸, 지역주민 의사 반영을 왜곡하게 된다. 특히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영?호남 지역은 공천비리가 더욱 심각하다. 정당 공천에 따른 지방자치의 왜곡은 중앙정치의 예속으로 지방자치가 실종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지방자치의 기본원리인 자율성보다 중앙정당, 국회의원에 대한 의존성만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해 왔다.
이러한 심각한 폐해로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여론은 확고하다. 한국지방자치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폐지 75.9%, MBC의 조사는 폐지 70%로 그 외 모든 기관의 조사는 정당공천제 폐지를 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정치적 측면에서 지방자치의 목적을 다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첫째, 지방자치는 지역주민과 그 대표자들의 참여 · 토론 · 비판 · 협조를 통해서 공동문제를 처리함으로써 민주주의의 훈련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지방자치는 국가기능의 확대에 따른 국정의 전제화와 관료화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독립성을 통해서 적절한 견제기능을 담당할 수 있다.

셋째,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정권교체 등 정국 변동에 따르는 국정의 전반적인 마비와 혼란을 방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지역을 위한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훈련장으로서 독립된 견제기능을 담당하기 위해서 정당 공천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는 이제 31살이 되었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서른을 '뜻을 세우고 홀로 설 나이로' 이립(而立)이라고 칭했다. 어엿한 나이에 걸맞는 나잇값을 하기 위해서라도 지방자치는 홀로 서면서 지역의 살림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10년 후 지방자치 제도가 '불혹(不惑)'을 맞이하면 중앙정치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지방자치제도는 지역 발전과 지역 민심을 책임지는 현명하고 늠름한 미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윤선(경산시 재향군인회 회장·대경대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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