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화폐 발행 규모 및 혜택 내년부터 큰 폭으로 줄어들 듯

  • 손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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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06 12:03  |  수정 2022-08-06 12:30  |  발행일 2022-08-08 제9면
긍정적 효과 큰 '지역 화폐' 유지하기엔 지자체 재정 부담 커져
골목상권 "확대해야" - 정부 "현금 살포성 재정중독 사업, 예산 편성 원점 실효성 점검"
지자체 "정부 예산 대폭 삭감 못 할 것, 재정 부담 고려한 대비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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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사랑상품권. <영남일보DB>

정부가 올해 지역 화폐 지원을 지난해보다 줄인 데 이어 내년에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으로 알려져 경북 도내 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추세 속에 할인 혜택이 있는 지역 화폐를 원하는 지역민들의 요구와는 반대로 정부 지원이 끊기더라도 자치단체에선 당장 판매를 중단하기엔 지역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 지역 화폐는 '○○사랑상품권' 등의 이름으로 2019년부터 시작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 발행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발행 지역에서만 쓸 수 있고,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이 아닌 소규모 매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소상공인들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또 지역 자본의 역외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2020년 13조 3천216억 원이었던 전국 판매액은 이듬해인 2021년 23조 5천871억 원까지 급등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세액이 증가한 데다 10% 할인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발행 즉시 완판될 정도로 수요가 많았다. 올해엔 6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판매액의 절반이 넘는 14조 8천259억 원이 판매됐다.

하지만 올해 전국 지역 화폐 예상 판매액은 20조 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비 지원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지역 화폐 예산으로 약 8천억 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1조 2천552억 원에서 35% 이상 감소한 액수다.

경북 도내에서도 지난해 지역 화폐 판매액이 1조2천억 원을 넘긴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줄은 1조764억 원을 발행한 가운데 6월 말 기준 8천 659억 원이 판매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발행한 지역 화폐가 조만간 모두 소진돼 판매가 중단되거나 10% 할인 혜택이 제공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10% 할인에 대한 인센티브는 국비 4%, 도비 1.8%, 기초단체 4.2%를 부담하면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각 자치단체에선 지역 소상공인들과 시·군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지역 화폐 혜택을 당장 중단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선 자체 예산을 들여 할인 인센티브를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다.

영주시는 올해 456억 원의 '영주사랑상품권'을 발행한 데 이어 자체 예산을 329억 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또 올해 9월에 열리는 '2022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 등을 대비해 80억 원을 추가 발행키로 하면서 올해 총 865억 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지역 화폐 발행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지역 화폐를 '현금 살포성 재정중독 사업'으로 보는 현 정부의 부정적 인식을 내비치면서 예산 삭감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국 지역 화폐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대대적으로 지원한 데 대해 학계 등 전문가의 많은 지적이 있었다"며 "예산편성 과정에서 원점에서 실효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에선 지역 화폐가 실제 지원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제도라며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주에서 한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씨(52)는 "지역 화폐가 도입되면서 대형상점만 찾던 젊은 층들의 고객층 유입이 확실히 늘어났다"며 "현금성 매출인 지역 화폐 사용이 늘면서 기존 카드 수수료 부담도 줄어들뿐더러 고객들은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역 화폐 예산을 대폭 삭감하진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 지원이 중단되거나 줄어들면 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재정 부담을 고려한 대비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병현기자 w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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