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준의 시네마틱 유니버스] 대구 영화생태계 비전을 논하다

  • 권혁준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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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2   |  발행일 2022-09-02 제39면   |  수정 2022-09-02 08:23
"대구 영화 인프라 열악하나 창작자 성과는 좋은 편
지역영화인 역량 높일 체계적 제작시스템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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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대구단편영화제(DIFF)를 맞아 지역 영화생태계의 새로운 비전을 논하는 자리가 있었다. 대구 영화생태계는 2000년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설립 및 대구단편영화제 개최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후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의 개관과 대구사회복지영화제, 대구여성영화제 등 지역영화제가 잇따라 개최되면서 지역 영화생태계는 '영화문화의 다양성과 향유'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면이 있다.

2015년 이후에는 창작자들의 작품적 성과(지역 장·단편영화의 국내외 영화제 진출 및 수상, 장편영화 개봉 등)가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으며,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을 통한 지역 영화의 안정적 상영, 대구영상미디어센터를 통한 영화 전문인력 양성, 장비 등 제작 인프라의 확충 및 제작지원 제도의 확대가 이루어지는 등 지역영화 창작(자)을 중심으로 한 변화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대구 영화생태계는 향유적인 측면과 창작적인 측면에서 고루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제23회 DIFF 맞아 지역 영화정책 방향 모색
유지영 감독 신작 'Birth' 부산국제영화제 진출
미국처럼 다양성 관점 걸맞는 인프라가 중요
"대구, 영화인 인큐베이팅 특화도시 도약 목표
전국서 대구 찾아 역량 신장 역진출하게 해야"

그런데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영화 관련 예산은 대구시 문화콘텐츠 관련 예산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생태계의 미래를 만들어낼 중장기적 전략과 이를 이끌어 나갈 컨트롤 타워 역시 부재하다. 또한 지역 영화계 현안 및 비전에 대한 각 주체들의 인식 차이도 존재한다. 이번 포럼은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대구 영화생태계의 '비전'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공감의 장이자 창작, 영화문화, 영화제, 정책, 거버넌스 등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과 함께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서 마련되었다.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는 단연 창작자, 다시 말해 영화인이었다. 대구는 영화작업을 계속하기에 그 기반이 훌륭한 편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구영화학교 운영, 영화 후반작업 시설 구축 등 관련 프로그램과 시설 등이 개선되고 있지만, 부산이나 인천, 전주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인프라나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해서, 그 성과도 좋은 것은 아니다. 대구는 오히려 기반은 부족하지만, 그에 반해 영화 창작자의 역량과 작품적 성과는 꽤 좋은 편이다. 작년 대구 다양성영화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유지영 감독의 신작 'Birth'는 이번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진출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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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대구 영화생태계의 주요 강점은 바로 '사람'이다. 발제자로 나선 고현석 감독은 앞으로는 이러한 창작자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체계적인 제작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으며, 굳이 타지역처럼 인프라를 무리하게 구축하기보다는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그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할리우드로 대변되는 미국의 영화산업 이면에는 '뉴욕'이라는 다양성을 중시하는 인디영화씬이 있었기에, 미국 영화가 획일적이지 않고 더 풍부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역 공연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손호석 극작가 역시 지역 창작자의 역량을 언급하며, 대구가 창작자를 인큐베이팅하는 도시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어디서나 영화를 배우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대구를 찾아오고, 이렇게 인큐베이팅 된 인력이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역진출하게 하자는 전략이다. 그렇게 순환구조를 만든다면 대구가 영화교육 혹은 영화인 인큐베이터로써 특화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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