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달구벌 문예대전 최우수상 채종근씨 '어느 순례자의 길'…"도달하지 못할 짝사랑이었던 글쓰기 다시 용기 내기로"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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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2 07:39  |  수정 2022-09-22 07:46  |  발행일 2022-09-22 제21면

채종근사진

그동안 저는 밑도 끝도 없이 글을 써왔습니다. 글은 제가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짝사랑이었습니다. 얼굴 잘생긴 사람이 부럽지도 않고, 키 큰 사람이 부럽지도 않았습니다. 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부럽지 않고, 착한 마누라 가진 사람이 부럽지 않고, 유산 많이 타고난 사람이 부럽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글 잘 쓰는 사람은 언제나 부러웠습니다. 예전 한때, 좋은 글을 읽을 때면 저도 이런 정도의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치기였고 만용이었습니다. 제게 글 쓰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글 쓰는 그 버릇(?)도 접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아주 독한 '껌딱지'가 돼 내 심장 안쪽에 붙어 있는 저의 짝사랑. 그건 담배보다 더 무서운 중독이었습니다. 50년 피운 담배도 단번에 끊었던 저였습니다. 도달하지 못할 저의 영원한 짝사랑. 그런 저의 글쓰기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하늘의 뜻일까요. 끊어내지 못할 바에야 사랑하고 아끼며 생각을 돌려보라는 뜻일까요.

아무튼 딸의 채근에 못 이겨 어쭙잖은 글을 응모해 놓고도 설마 이런 소식이 있을 줄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가을은 아주 특별한 가을입니다. 제 글을 뽑아주는 곳이 있다니 다시 용기를 내어보기로 합니다. 처음으로 상을 탄 소년처럼 좋아하며 다시 용기를 내겠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웃을 겁니다. 그렇다고 슬퍼할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인생은 그래서 살만하다고 하는 것일까요. 가다 보면 중도 보고, 소도 만난다고 했던가요. 팍팍한 인생길에 어쩌다 스님을 만나 서늘한 법문을 듣는 가을입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소를 다시 만난 즐거운 오후의 언덕배기입니다.

내일 다시 흐려지고 우울한 날이 올지라도 그때는 그때대로 마음을 추스르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일단 마음껏 즐거워하겠습니다.

많이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영남일보 심사위원님 여러분께 깊숙이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아울러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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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기자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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