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달구벌 문예대전 심사평…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평생학습 폭넓은 만큼 특별한 만학도 경험 들려줘"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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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2 07:39  |  수정 2022-09-22 07:45  |  발행일 2022-09-22 제21면
홍억선 3

우리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는 교육기본법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개별 환경에 따라 때를 놓친 만학의 경우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배움의 기회를 국가에서 충분히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법으로 밝혀 놓은 것이다.

굳이 이런 규정을 들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평생교육이 만개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제도권 내의 교육기관은 물론 도농(都農)을 불문하고 각 지역의 자치단체와 사설 문화 단체에서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개설해 놓고 있다. 누구나 시간과 장소, 경제적 부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접근해서 각종 보람을 누리고 있다. 이런 때에 '달구벌문예대전'에서 '만학도 평생학습 사례 수기'를 주제로 공모전을 개최하게 된 것은 시의적절한 방향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 공모전의 특징은 평생학습의 범위가 폭넓듯이 만학도들의 다양하고 특별한 체험이 응모됐다. 대구를 비롯해 서울, 경기, 인천, 대전, 광주는 물론 해외에서도 응모작이 고루 답지해 관심과 영향이 컸음을 방증해 줬다.

우선 채종근(72)의 '어느 순례자의 길'을 수상작으로 뽑는 데는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했다. 유년 시절에 배우기 시작한 한문 교육을 평생의 벗으로 삼아 마치 순례자의 길을 가듯 '빗자루를 들면 열심히 쓸 일이고, 책을 들었으면 종이가 뚫어지도록 볼 일이며, 쉬다 가다 하며 갈 데까지 가 본다'는 응모자의 자세가 우호적으로 읽혔다. 생업을 겸하여 30대에 방송통신대 6년제 중문학과에 진학한 일이며, 70세에 대학원 학문학과에 입학하였다는 것은 언행일치로서 평생학습의 의지적인 삶을 증명해 주었다. 또한 그 여정을 적절한 인용문과 자작시를 곁들여 구성의 변화를 줘 글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영혜(54)의 '오리 새끼의 비상'은 평생학습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공납금 미납으로 중학교 졸업장과 앨범을 받지 못한 응모자는 나이 16세에 도시로 나와 직공이 됐다. 사무직이 되기 위해 12시간의 노동 중에도 학원에 나가 통신자격증을 취득하였다고 했다. 결혼 후에는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통신대학 유아교육학과를 다시 졸업했으며, 현재 대학원에 재학 중이라고 했으니 만학의 교육이 얼마나 개인의 삶에 변화를 줄 수 있으며, 이 글의 영향 또한 얼마나 크게 끼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가늠하게 했다. 이 외에도 모두 다룰 수는 없으나 수상작들의 편편들은 개인의 특별한 체험들로 이번 공모전의 취지와 목적을 충족해 주고 있었다.

심사 후에 부연해 두고 싶은 점은 공모전을 준비할 때는 그 목적과 취지를 충분히 확인하고 숙지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모전은 '문예대전'이라는 대전제와 '만학도의 평생학습'이라는 주제를 키워드로 제시해 놓았다. 만학도로서 평생학습 과정을 단순히 나열해 놓았거나 문예적인 표현에 치중해 오히려 평생학습 부분을 소홀하게 다룸으로써 균형이 기운 글은 부득불 후 순위로 밀렸음을 밝혀둔다.

공모전의 결과는 심사위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기에 애석하게 순위에 선정되지 못한 응모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드린다.

▲심사위원장 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장 ▲심사위원 우광훈 소설가·조낭희 수필가·백승운 영남일보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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