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제2의 중동 붐

  • 박윤규
  • |
  • 입력 2022-11-24 06:38  |  수정 2022-11-24 06:51  |  발행일 2022-11-24 제23면

한국업체로 가장 먼저 중동 건설 현장을 개척한 기업은 삼환기업이었다. 사우디 진출 이듬해인 1974년 삼환기업은 제다 공항에서 회교 성지인 메카로 향하는 2㎞의 공항로 확장 공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성지순례를 앞두고 인파가 붐빌 것에 대비, 40일 내에 완공하라는 조건이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하지만 '8시간 3교대'로 24시간 작업하기로 결정한 후 실행에 옮겼다. 개미 떼처럼 작업하는 인부들과 수백 개의 횃불을 세워놓고 진행한 야간작업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어느 날 사우디 국왕이 횃불 군무를 보고 시위대인가 싶어 깜짝 놀랐다. 수행하던 제다 시장으로부터 연유를 들은 국왕은 이민족이 자신들의 성지순례를 위해 밤샘 공사를 하는 데 크게 감동했고, 한국인의 근면성과 성실성을 높이 샀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횃불을 지피며 철야 공사를 하는 것을 당시 사우디인은 상상조차 못 했다. 이는 국내 대기업의 중동 붐을 일으킨 결정적 계기가 됐다.

얼마 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총 670조원에 이르는 '네옴시티' 건설 사업에 참여할 업체를 물색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갑부답게 그는 하루 방값 2천200만원짜리 특급호텔에 묵었고, 수행원들을 위한 방 400개도 통째로 예약했다. 한 끼 식사를 위한 식기 구입에만 1억원이 들었다. 그는 국내 26개 기업과 사업 참여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한국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약 50년 전 중동 붐 때 한국 기업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은연중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는 배경이다. 박윤규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