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토크]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김모미 역 고현정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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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9-01 07:40  |  수정 2023-09-01 07:41  |  발행일 2023-09-01 제14면
난 늘 2등이다…모미의 열등감 모를 리 없다

고현정

배우 고현정이 OTT에 첫 도전을 했다. 고현정은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의 주역을 맡아 2021년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이후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동명의 웹툰원작을 소재로 만든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게 살인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드라마는 공개된 지 3일 만에 글로벌 부문에서 시청률 2위를 차지하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작품에서 마스크걸 역할의 김모미는 이한별·나나·고현정 3명의 배우가 나눠 연기해 화제가 됐다. 중년의 김모미로 출연한 고현정은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의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줬다. 생기 없는 얼굴에 초점 잃은 눈동자의 그녀는 어느 날 교도소 밖에서 온 편지 한 통에 탈옥을 결심하기도 한다. 인터뷰 도중 그녀는 평소 가지고 있던 배우에 대한 생각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고현정은 "배우는 스스로를 도마 위에 올려놓은 사람들이다. 아파도 하고, 후회도 하고, 벗어나고 싶어 하고 안 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도 하는…"이라며 말을 줄였다.

장르물 3인 1역 너무 하고 싶었다
배우는 스스로 도마위 올라간 사람
늘 평가 당하는 아픔 혈육도 몰라줘
해방감 맛보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작품에 출연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그동안 맡은 배역들이 항상 비슷한 역할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장르물이 들어오니까 무조건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다 한 역할을 세 사람이 나눠서 한다는 거라고 해서 더 좋았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도움 없이 혼자서 해야 되는 역할이 많았다. 근데 이번에는 여러 배우들과 협력하고, 또 감독님의 디렉션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작업이 더 기대됐다. 꼭 하고 싶었고, 잘해서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었다."

▶극 중 김모미가 딸에 대해서 느끼는 심정은 어떠했다고 보나.

"딸에 대해서는 염치없고 미안함이 큰 인물이다. 김경자가 딸을 따라다니면서 가스라이팅을 하고 이간질한다는 것을 알고 그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움직였을 것이다. '너도 똑같이 당해야 한다'는 말이 김모미를 건드리지 않았을까 싶다."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다. 어쩌면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김모미'라는 인물의 심경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 미스코리아 때부터 제 삶은 항상 2등이었다. (제 인생 최고의 화제작) '모래시계' 때도 제 포지션은 곁다리에 불과했다. 온전히 제가 주연이었던 드라마가 있었나 싶다. '선덕여왕'도 '대물'도 따지고 보면 제가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랬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 모미의 감정을 못 느낄 이유가 없다. 사실 많이 느껴졌다. 실감이 많이 됐다. 다만 '어쩌다 이 인물이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김모미가 교도소에서 탈옥을 결심한 것은 딸을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모미를 연기하면서 모성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교도소에 들어와서 10년이 지난 사람이라는 생각만 했다. 살인이든 누명이든 그런 건 신경 쓰지 않고 교도소에서 10년을 보낸 모미라면 어떤 상태일까에 집중했다. 내일을 몰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고, 순차적으로 찍어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마스크걸은 3명의 배우가 1명의 배역을 연기했다. 성형 전, 성형 후, 그리고 중년의 모습을 각각 연기했다. 특히 고현정 배우는 교도소에 수감된 마지막 중년의 김모미를 연기했는데, 분장에 많은 공을 들였을 듯하다.

"가장 먼저 커트를 했다. 처음에 감독님이 머리를 잘라야겠다는 말씀을 주셨는데, 제가 겁이 나서 조금 잘랐다. 제가 봐도 별로 차이를 못 느낄 정도였다.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에 다시 과감하게 쇼트커트를 했는데, 감독님이 매우 좋아하셨다. 교도소에서 10년간 수감된 김모미를 잘 보여주기 위해서 교도소 방에 계속 있어도 보았다. 이밖에 다크서클, 기미를 분장으로 만들었고, 피부를 건조하게 했다."

▶그동안 맡은 배역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배역이었다. 다 마치고 나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장르물에 관심이 있고, 밝은 작품도 하고 싶다. 사회고발성 작품도 해보고 싶은데 그걸 어디서 밝힐 기회가 없었다. 이번 작품에서 한 연기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대활약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엔 세 명의 모미에 잘 녹아드는 게 목표여서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제작사든 감독님이든, 더 늙기 전에 많이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함께 출연한 염혜란 배우보다 6살 연상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또 주오남의 어머니 역을 맡은 염혜란의 연기에 호평의 목소리도 높다. 어떻게 보았나.

"염혜란은 긍정적인 힘이 대단하다. '디어 마이 프렌드'에서 같이 연기를 해봤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좋은 배우다. 갑자기 친해지는 사람이 있고 차분하게 천천히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염혜란은 그전에 만났던 경험을 기반으로 친해지고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을 수 있는 배우라서 좋았다. 촬영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모미 역할을 함께 연기한 신예 배우 이한별, 나나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 달라.

"촬영을 할 때는 두 사람의 연기를 보지 않고 진행했다. 나중에 작품을 보고 '봐야 했었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 이한별은 첫 작품 같지 않은 내공이 느껴졌다. 제작발표회 때도 본인의 생각을 차분하게 얘기를 잘하더라. 내공이 있는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나는 모미 상태로 예열을 해서 내리는 것 같았다. 인사성이 밝은데 현장에서는 너무 모미로 보여서 제가 되레 도움을 받았다. 너무 갖고 싶은 장면을 가져서 부럽기도 했다."

▶이번 작품의 결말에 대해서 한마디 한다면.

"마스크걸의 마지막 결말은 마치 해방 같은 느낌이다. 인간사 개인의 해방을 맛볼 수 있는 그런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1년 전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당시 연예인을 '도마위 생선'으로 비유하며 "난도질 당하려고 올라간 거다. 그게 싫으면 도마 위에 올라가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가.

"그렇다. 많은 배우들이 아파도 하고 후회도 하고, 벗어나고 싶어하고, 안 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도 하고…. 근데 처음에는 올라가고 싶어서 안간힘을 쓴다. 처음에는 얼마나 아플지 모른다. 하지만 도마 위에 올라본 사람은 안다. (은유적이긴 한데) 그런 경험을 아무리 솔직하게 가족한테, 엄마한테 아니면 혈육인 동생에게, 언니에게 말을 해줘도 모른다. 올라간 사람만 알 뿐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도마가 많이 커진 것 같다. 그래서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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